건설사, 분양보증심사 강화에 사업 재검 거론
  • ▲ HUG가 경기 용인시 등 전국 23개 지역에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후 건설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HUG 표식.ⓒ뉴데일리경제
    ▲ HUG가 경기 용인시 등 전국 23개 지역에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후 건설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HUG 표식.ⓒ뉴데일리경제


    지난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부터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하자 건설업계는 벌집을 쑤신 듯했다. 현 주택 시장이 과잉 공급 상황은 아니라는 국토교통부와 HUG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정책이어서다.

    HUG는 이번 정책이 공급 규제가 아닌 리스크 관리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와 파주시 등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은 건설사나 시행사 파산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시행한 정책"이라며 "지사가 요건만 충족되면 보증서를 쉽게 발급해주는 경향도 바로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입장에선 분양보증심사 강화를 곧 공급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보증심사가 엄격해짐에 따라 보증서 발급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토지 매입 △홍보 △착공 등에 들어간 수천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해서다. 분양보증은 건설사가 필수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갈 수도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UG의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는 보증을 받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분양 계획 자체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보증 담당 공기업인 HUG가 리스크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일관성을 잃으면 이해 관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힌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나 김선덕 HUG 사장이 "과잉 공급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사전에 공표했다면 건설업계의 당혹감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수장은 그동안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을 강조해왔다. "갑자기 우리더러 어쩌라는 말이냐"는 업계의 항변을 납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건설사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은 분양 직전에 보증심사를 받는다"며 "심사에서 탈락한 건설사는 이미 토지 매입과 사업 인허가 후 착공까지 들어간 상황이어서 손해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일관성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좋은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 국토부와 HUG가 과잉 공급을 규제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면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계획을 공표하는 것이 시장 충격을 더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