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리실 직접 챙겨야"… 與 "20대 첫 당정협의는 미세먼지"국무조정실 "환경·기재·산업·국토부 협의 더 필요"
  • ▲ 미세먼지.ⓒ연합뉴스
    ▲ 미세먼지.ⓒ연합뉴스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못 하고 있고 관련 부처는 검증도 안 된 생색내기 수준의 정책을 남발하며 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대책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대책 발표 임박 관측 속 說·說·說… 검증 안 된 생색내기용 대책 쏟아져

    1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돌연 취소된 미세먼지 종합대책 관련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아직 추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차관회의를 통해 정책조율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실무선에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회의가 불발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아직 후속 일정이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긴 했다"며 "어느 정도인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 발표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거론되고 있는 대책들이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기본적인 검증조차 안 된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환경단체들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지적하는 시설이다.

    알려진 바로는 산업부는 가동된 지 40년이 지난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친환경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등으로 바꿔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53기로 이 중 40년이 지난 것은 호남 1·2호기와 영동 1호기 등 3기다.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것은 11기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 수명은 30~40년으로, 호남 1·2호기 등의 가동 중단은 생색내기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발전소의 위치와 작은 발전용량도 지적사항이다. 손 캠페이너는 "호남기는 500메가와트(㎿), 영동기는 325㎿로 안다"며 "대용량 발전소가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도 지적했듯이 수도권에 영향을 끼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충남지역에 절반 가까이 몰려 있는데 정부 대책은 남해와 강원도에 있는 발전소를 대상으로 한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현재 계획돼 있는 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취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가동되거나 계획된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로 말미암아 연간 1144명이 조기 사망할 거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손 캠페이너는 오염물질 배출 저감장치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술적인 감소 효과가 90%라고 말하는데 나머지 10% 배출량이 워낙 많은 데다 설치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도 미지수"라며 "지금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실시간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아 설치 이후 성능을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 ▲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환경부와 기재부가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개선부담금 부과대상 변경도 논란거리다. 경유차에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에 매기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동안 환경부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중 하나인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경윳값을 올려야 한다는 견해였다. 기재부는 경윳값 인상이 증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준조세 성격의 환경부담금을 경유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환경부담금은 기재부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환경부가 주도권을 쥐고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환경부담금이 경유차에서 경유로 바뀌면 운행이 많은 운전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용량에 따라 부담도 커지는 체계다.

    관건은 환경부담금을 경유에 직접 매길 수 있느냐이다.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담금은 환경을 훼손하는 원인을 제공하거나 오염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이익을 얻는 대상에 부과한다"며 "경유 자체가 오염을 일으키는 게 아니어서 부담금을 매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현재 정부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으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상태다.

    ◇野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與 "원내대표가 직접 챙긴다"

    각 부처가 설익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무총리실은 정책조율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각 분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부처 간 전혀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없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국무총리실이 직접 나서서 미세먼지 문제라든가 경제 구조조정 문제라든가 안전문제라든가 이런 것을 확실히 챙겨주길 부탁한다"며 "국민은 매일 생활에 불안감을 느끼는데 정부 자세가 부실한 게 아닌가 하는 감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2일 제20대 국회 첫 당정협의 주제로 미세먼지를 선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이날 당정협의는 정진석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다. 통상 정책위 의장이 참석하지만, 원내대표가 나서 생활밀착형 민생 이슈를 직접 챙길 예정이다.

    정 대표는 1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미세먼지와 관련한 보고도 받았다. 원래 일정에는 없던 현장방문이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경윳값을 올린다는 얘기가 일부 있는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경윳값을 올릴 게 아니라 휘발윳값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휘발윳값 인하는 환경부가 경윳값 인상의 대안으로 기재부에 제시한 바 있다. 정 대표 발언이 환경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연합뉴스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