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영세업자·산업용 연관… 차라리 환경부담금 정상화해야"환경연합 "환경부, 추진 의지 의문… 발표할 종합대책도 부처 간 합의안 아냐"
  • ▲ 미세먼지.ⓒ연합뉴스
    ▲ 미세먼지.ⓒ연합뉴스

    환경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다음 정권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의 하나로 경유세 인상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완강하고 시기마저 2018년 말 이후로 잡고 있어 이번 정부에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사고 있다.

    23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경유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일몰되는 오는 2018년 말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수준으로 경유세를 올리자는 안을 내놓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나 경유 등을 살 때 붙는 세금이다. 2차례 연장 후 지난해 말 폐지할 예정이었으나 2018년까지 3년 더 일몰이 연장된 상태다.

    환경부는 경유세 인상과 관련해 "이전부터 제기해왔던 내용으로, 현재 기재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경유세 업무를 주관하는 기재부는 반대 입장이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에너지 상대가격은 지난 2007년 1년6개월 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한 것이어서 미세먼지 하나 때문에 재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다. 경유 가격은 2005년 에너지 상대가격 안이 확정되기 전에는 휘발유의 50% 미만이었지만, 이후 85% 수준으로 조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유세 인상은 증세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경유차에 대한 환경부담금을 정상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경유는 영세사업자나 화물차 운전자는 물론 산업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만큼 (경유세 인상은) 산업·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 ▲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는 환경부가 경유세 인상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다.

    환경부가 이달 말께 발표할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의 합의안이 아니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데다 경유세 인상 시기를 다음 정권인 2018년 말께로 잡은 것은 대책이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경유세 인상은 시기적으로 늦었고 그동안 3조원 이상 쏟아부은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 실패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제라도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지만, 2018년 말에나 추진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에서는 하지 않고 다음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2018년까지 여러 변수가 있을 텐데 이달 말께 발표할 장기계획은 부처 간 합의된 내용도 아니어서 답답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수차례 언급하며 힘을 실어줄 때 환경부가 (총대를 메고) 기재부, 산업부와 담판을 지어야 하는데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재부 의견도 비슷하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한 관계자는 "환경부 경유세 인상 안은 당장 하자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에 포함하자는 것"이라며 "인상 수준은 OECD 평균으로 하자는 얘기 같은데 현재 국내 경유 가격이 OECD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을 보면 이달 둘째 주를 기준으로 OECD 평균 경유 가격은 1367원이다. 우리나라는 1137원으로 230원 차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