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디젤 차량 뛰어넘는 단기, 중장기 대책 착수 환경부, 오늘 발전5사 사장단 소집…저감대책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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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세먼지가 가득한 서울 하늘의 모습. ⓒ 뉴데일리
    ▲ 미세먼지가 가득한 서울 하늘의 모습. ⓒ 뉴데일리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란 세일즈외교 성과에 준하는 분량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미세먼지는 이날 국무회의 논의 대상도 아니었을 뿐더러 사전에 올린 원고에도 없던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날 박 대통령은 미세먼지를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지목했다.
    그리곤 국가적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또 기존 화력발전소, 경유·휘발유 차량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신성장 산업 육성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 취임한 이래 공식석상에서 미세먼지를 언급한 것은 총 4차례다.
    첫번째와 두번째 발언이 각각 임기 2, 3년차를 시작하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나왔던 데 반해 세번째와 네번째는 최근 한달 사이에 이뤄졌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와 발언 수위도 차츰 올라갔다.

    특히 지난달 26일 국내 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뉴데일리> 이성복 편집국장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책을 요청받은 뒤로 소위 미세먼지에 관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①정확한 미세먼지 예보 ②주변 국가들과 외교적 노력 ③화력발전소·자동차 매연감소 대책 등을 거론하며 단기, 중장기 대책으로 구분해 추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편집국장 간담회에 참석해 미세먼지 대책을 단기, 중단기로 구분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편집국장 간담회에 참석해 미세먼지 대책을 단기, 중단기로 구분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뉴데일리



    한 정부 인사는 "미세먼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이 확고하다"면서 "하루 이틀 간의 이뤄진 생각이 아니라 과거에도 환경 변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국민행복 업무보고에서 "환경을 규제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것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또 다른 원천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0일 국무회의 발언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매일 쓰는 자동차도 신에너지 시대를 맞아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로 바꾸고 자동차 회사도 미래지향적인 차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빨리 이뤄져야만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공감대를 이루도록 캠페인을 잘 해서 국민들이 미세먼지 (대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종합 마스터플랜 등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을 거듭 지시하자 환경부를 필두로 각 부처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특히 환경부는 미세먼지에다가 옥시 사태까지 겹치면서 현 정부 출범이래 가장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당장 환경부 정연만 차관은 13일 발전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사장을 소집한다. 미세먼지 마스터 플랜에 들어갈 저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남동발전은 인천 영흥, 남부발전은 경남 하동, 동서발전은 충남 당진, 중부발전은 충남 보령, 서부발전은 충남 태안 등에 화력발전소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배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주로 수도권에 배출 규제가 강력해 다른 시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완화된 조건 속에서 화력발전소를 설립하기 수월하다. 감사원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의 절반가량인 26개가 밀집된 충남 지역 화력발전소가 정부의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부의 미세먼지 마스터플랜은 앞서 박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들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과거 발표됐던 '제 2차 수도권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의 재탕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이 △노후 경유차 폐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부착 △도심진입 제한 등인데 강제성을 띠지 못해 늘 실효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등록 차량 중 이미 경유차량이 40%를 넘은 상황에서 경유차량에 대한 매연줄이기 프로젝트 자체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더군다나 정확한 미세먼지 예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문제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인 미세먼지의 상당수가 화학반응으로 발생해 어떤 기후나 물질과 만났을 때 반응하는 지 경우의 수가 커 정확한 예보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해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 도입을 IBM과 논의하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국내 미세먼지 예측 정확도는 87.6%로 미국(9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일각에서 미세먼지 대책이 일부는 결정되고 최종 발표가 무르익은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달 중으로 내는 데는 무리가 있다"면서 "체감형 대책을 내놓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