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실무선 검토 더 필요"… 속내는 환경부-기재부 '경유값' 인상 평행선기재부, 휘발유값 인하 대안도 반대… 시민단체 "미합의안 의미 없어"
  • ▲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 대책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관련 부처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정책조율이 난항을 겪고 있다.

    25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세먼지 종합대책과 관련해 환경부와 기재부, 산업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모여 정책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는 오전에 돌연 연기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회의를 언제 다시 열지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회의를 열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기 이유에 대해선 "각 부처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아직 실무적으로 검토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국조실은 이날 차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 일정 부분 성과를 도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처 대변인실에서는 회의가 언제 열리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의 불발 사유가 실무선의 검토 미진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도 대책 마련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대책 마련에 몸 단 환경부가 담판을 서둘렀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이례적으로 미세먼지를 수차례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었다.

    국조실 한 관계자는 "환경부가 (회의를) 서두른 건 있었다"며 "실무적인 준비와 조정이 필요한 만큼 (회의 개최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내놓을 대책에서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경유차 운행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경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종합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낡은 경유차 폐차 유도 △공해 유발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는 '환경지역'(LEZ) 확대 △오염물질 총량제 대상 확대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등이 대부분 2013년 말 발표했던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담겼던 만큼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을 보면 5월 셋째 주를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경유값은 1384원이다. 우리나라는 1153원으로 231원이 적다. 경유에 매기는 세금은 OECD 평균은 782원이다. 우리나라는 149원 적은 633원으로, OECD 주요 23개국 중 18위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경유 세금이 낮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일몰되는 오는 2018년 말께 OECD 평균 수준으로 경유세를 올리자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유세 업무를 주관하는 기재부는 경유세 인상에 반대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에너지 상대가격은 지난 2007년 1년6개월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 것이어서 미세먼지 하나 때문에 재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태도다. 정부는 2007년 유류세를 조정해 휘발유값 대 경유값을 100 대 85 수준으로 맞췄다.

    기재부는 경유가 영세사업자나 화물차 운전자는 물론 산업용으로도 많이 쓰여 세금을 올리면 산업·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견해다.

    환경부가 증세 논란을 우려해 경유세 인상 대안으로 검토하는 휘발유값 인하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휘발유세가 2000년 이후 16년째 746원을 유지하고 있어 그동안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이미 40%쯤 인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볼 때도 휘발유값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휘발유는 연비를 감안할 때 경유보다 이산화탄소(Co₂)를 더 많이 배출하는 데 미세먼지 이전에는 Co₂를 잡아야 한다는 게 이슈였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와 기재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미봉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미세먼지 대책은 부처 간 합의된 내용이 아니면 시행과정에서 여러 변수를 만날 수 있으므로 의미가 없다"면서 "수도권 대기환경관리계획도 수정·보완해야 하는데 별다른 얘기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