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진입 제한, CNG 버스 유가보조금 도입, 전기차 확산 낡은 석탄화력발전소 10기 폐지·연료전환
  • ▲ 미세먼지.ⓒ연합뉴스
    ▲ 미세먼지.ⓒ연합뉴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없었다. 경유차 폐차 지원, 전기차 보급 등 기존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3일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경윳값 인상 또는 휘발윳값 인하, 경유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부과는 없던 일로 했다.

    대신 낡은 경유차에 대해 수도권 진입을 제한하고 오는 2019년까지 조기 폐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천연가스(CNG) 버스에 대한 유가보조금을 도입해 경유버스를 CNG 버스로 단계적으로 대체한다. 전기차 확산을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충전 인프라를 확충한다.

    낡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축소하고 신규 건설 발전소는 배출기준을 강화한다.

    ◇노선 경유→ CNG 버스로 전환… 유가보조금 도입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미세먼지 특별대책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합의된 내용을 발표했다. 대책은 크게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 감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 설명대로면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은 수도권의 경우 경유차가 29%로 가장 많고 건설기계 등(22%), 냉·난방(12%) 등의 순이다. 전국적으로는 사업장(41%), 건설기계 등(17%), 발전소(14%) 등이다.

    이번 대책에 그동안 거론됐던 경윳값 인상이나 휘발윳값 인하, 경유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부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환경·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업계 입장, 국제수준 등을 고려해 현행 에너지 상대가격의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으로 경윳값을 올리고 휘발윳값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세재정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4개 국책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한 후 공청회 등을 열어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먼저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로 했다. 조기폐차사업을 확대해 2005년 이전 차량에 대한 조기 폐차를 오는 2019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노선 경유버스는 친환경적인 CNG 버스로 단계적으로 대체한다. 이를 위해 CNG 노선·전세버스에 대한 유가보조금을 2018년부터 추진한다. 현재 경유 노선버스는 ℓ당 380.09원의 유가보조금을 지원받는다. CNG 버스에는 ㎥당 84.24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노선버스는 시내버스 3만4314대, 마을버스 4481대, 시외버스 7477대, 고속버스 1855대 등 총 9만7129대다.

    수도권 광역급행버스(M버스)는 앞으로 CNG 버스만 신규 허가한다. 단, 유로6 엔진의 2층 버스는 예외다.

    CNG 충전소도 확충한다. 현재 CNG 충전소는 전국에 190여 개소뿐이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한 곳도 없다. 정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부지 확보를 추진하고 개발제한구역에 CNG 충전소 설치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화물차는 대형은 미세먼지·질소산화물(NOx) 동시 저감사업을 확대하고 중·소형은 조기 폐차를 유도한다. 낡은 건설기계도 매연 저감을 위한 저공해화 사업을 현재 수도권에서 광역시로 확대한다. 대상기종도 굴착기·지게차 위주에서 다른 장비로 확대한다.

    경유차의 NOx 인증기준은 온도와 급가속 등을 고려해 2017년 9월까지 실도로 주행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실도로에서 NOx가 실험실 인증 기준의 4~10배 과다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유차 혜택은 사실상 폐지했다. 현재 친환경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EURO)-5, 6 적용 경유차에 대해선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혼잡통행료 50% 감면,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정부는 경유차 저공해차 지정기준을 휘발유·가스차 저공해차 수준으로 강화했다. 제3종 소형차의 경우 NOx 배출 기준을 0.06g/㎞ 이내에서 휘발유·가스차와 같은 0.019g/㎞ 이내로, 미세먼지 배출 기준은 0.0045g/㎞ 이내에서 0.004g/㎞ 이내로 각각 조정했다. 현재 휘발유·가스차 저공해차 기준에 맞는 경유차는 없다.

    친환경차도 확대 보급한다.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연간 48만대)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한다. 충전소는 총 3100기를 설치해 주유소의 25% 수준으로 확충한다.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에 기존 220V 콘센트를 활용하는 이동형 충전기(충전시간 8~9시간, 전기요금 월 8000원) 보급을 늘린다. 내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신축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올해 안에 관련 규정을 손질한다.

    2018년까지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194곳에 급속 충전기를 1기 이상 설치한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환경공단에서 설치할 계획이다.

    수소차 충전소도 여수·울산·대산·서울·광주·울산·창원 등에 2020년까지 최대 20기를 설치한다.

    전기·수소차에 대해 한시적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면하고 유료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 면제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추진한다. 친환경차량 혜택을 주기 위해 전기·수소차 전용번호판도 올해 하반기에 도입한다.

    낡은 경유차의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는 '환경지역'(LEZ)도 확대한다. 서울은 지난 2012년부터 제도를 시행해 총 888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때는 차량부제를 시행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24시간 이상 지속하면 차량부제를 적용한다.

    ◇40년 지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또 다른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지하거나 배출기준을 강화한다.

    전력수급을 고려해 가동된 지 40년이 지난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총 10기를 대상으로 우선하여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한다. 현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53기로 이 중 40년이 지난 것은 호남 1·2호기와 영동 1호기 등 3기다.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것은 11기다.

    정부는 40년이 지난 3기는 폐지하고 나머지는 액화천연가스(LNG) 설비로 바꾸거나 연료를 석탄에서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나머지 42기는 20년 이상 된 것은 성능개선 계획을 마련한 후 탈황·탈질설비를 보강하거나 부품을 교체한다. 20년 미만 발전소는 2018년까지 1950억원을 투입해 NOx, 황산화물(SOx), 먼지 등에 대한 저감 설비를 보강한다.

    신규로 건설하는 9기에 대해선 영흥화력 수준의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초미세먼지 측정망 152→ 287개소 확대

    미세먼지 예·경보체계도 개선한다. 지난 4월 현재 152개소인 초미세먼지 측정망을 2018년까지 287개소로 늘려 미세먼지 수준으로 정확도를 끌어올린다. 2020년까지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한국형 예보모델도 개발한다.

    주변국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등을 통해 대기오염 방지와 대기질 모니터링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 비상채널도 구축해 대기오염 악화에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수도권의 대기오염총량제 대상 사업장을 1·2종에서 3종까지 확대하고 배출총량 할당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생활주변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2020년까지 도로먼지 청소차 476대도 보급한다.

    2020년까지 제로에너지 빌딩의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한다.

    2조원 규모의 전력신산업 펀드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전기저장장치(ESS)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와 기술개발도 지원한다.

    황 총리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 유럽의 주요 도시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