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해산물 통한 위험 가능성 경고
  • ▲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그린피스
    ▲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그린피스

    미세먼지에 이어 해양 미세 플라스틱 오염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은 다양한 해산물을 통해 전이되면서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 몸에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치약, 각질 제거용 세안제 등의 제품에 첨가되는 1차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는 하수구로 씻겨내려가 하천, 강,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기능을 대체할 천연물질이 있는 만큼 마이크로비즈를 퇴출하기 위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6일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알리는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보고서를 발간하고 생활용품 속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규제를 요구했다. 이 보고서는 60편의 기존 학술 연구를 종합해 작성한 것으로,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고 그 영향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간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을 통칭한다. 애초에 치약, 세안제 등에 첨가하려고 인위적으로 작게 만든 것을 1차 미세 플라스틱,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간 후 시간이 지나 마모되고 깨져 작아진 것을 2차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그린피스는 "과학자들은 현재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이 많게는 51조 개에 이르고 해마다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고 추정한다"며 "플라스틱은 바다로 유입되는 전체 쓰레기 중 60~80%를 차지하고 무엇보다 자연분해되지 않아 문제가 매년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통해 다양한 개체로 전이되고 축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성 플랑크톤과 물고기가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다양한 포식자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학술 논문 검토 결과 홍합, 굴, 참다랑어, 바닷가재 등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 또는 전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한 외국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새끼 유럽 농어를 먹이사슬 내 상위 단계의 생물체가 먹었을 때 미세 플라스틱이 포식 생물체 체내에까지 축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플라스틱은 화학물질을 자석처럼 표면에 끌어당기고 다시 배출하는 흡착과 탈착, 제품 제조 때 첨가한 화학물질이 주변 환경의 물이나 내장액으로 배출되는 침출 등의 현상을 보인다"며 "많은 연구결과 플라스틱 첨가물에 내분비 교란물질인 비스페놀A 등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체내에서 일으킬 수 있는 물리적 상처뿐만 아니라 유해 화학물질로 말미암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고기만 문제가 아니다. 중국 화둥사범대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바닷물로 만든 중국산 소금 제품 안에서 1㎏당 평균 550~681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권장 섭취량에 맞춰 이 소금을 먹으면 1년에 1000개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섭취하는 셈이다.

  • ▲ 치약에 첨가된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그린피스
    ▲ 치약에 첨가된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그린피스

    그린피스는 치약, 각질 제거용 세안제, 스크럽 등 화장품과 개인 생활용품에 흔히 쓰이는 인위적 첨가물인 1차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400개 이상의 제품에 마이크로비즈가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는 "이들 제품에는 많게는 제품 한 개에 36만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들어간다"며 "물로 씻겨내려가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강과 하천, 바다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럽연합(EU) 환경집행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에 사용된 마이크로비즈가 해마다 최대 8627톤씩 유럽 바다로 유입된다.

    그린피스는 "마이크로비즈는 불필요한 오염물질로 설탕, 커피찌꺼기, 호두껍질 등 천연물질로 대체할 수 있어 해결이 가능하고 P&G, 로레알 등이 사용 규제에 동참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지난해 마이크로비즈 금지 법안을 통과한 데 이어 최근 캐나다, 영국, 대만, 호주 정부가 마이크로비즈 규제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다만 기업마다 마이크로비즈의 규제 크기에 대해 이견이 있는 등 자발적인 사용억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해양쓰레기 전문가인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OSEAN)의 이종명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와 해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한국 정부는 아직 규제를 위한 구체적 논의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단에 따르면 거제 해역의 바닷물 1㎥에서 평균 21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이는 싱가포르 해역의 100배에 달하는 양이다.

    반면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인체 유해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기존 학술연구가 실험실 조건에서 이뤄지다 보니 자연상태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유입과 배출, 축적의 메커니즘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에 대한 주요 참고문헌인 유엔환경계획(UNEP)의 2016년 보고서도 해산물에 들어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하다고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 보고서는 현재 수집된 자료의 한계를 강조하며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해로운 각종 균을 전이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마이크로비즈 법적 규제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온·오프라인에서 대국민 서명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박태현 해양보호캠페이너는 "마이크로비즈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다양한 문제 중 드물게 즉각적인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며 "해양수산부, 환경부, 화장품법을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가 협력해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규제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