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 "우리만 피해를 보는 상황"
  • ▲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가 중단되면서 인근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우이~신설 경전철 4공구 공사 현장. ⓒ연합뉴스
    ▲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가 중단되면서 인근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우이~신설 경전철 4공구 공사 현장. ⓒ연합뉴스

    우이~신설 경전철 노선공사가 준공 3개월을 앞두고 멈췄다. 서울시와 우이~신설 사업시행사인 우이신설경전철 측이 손실부담과 운영수익 구조개선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면서다. 문제는 경전철 개통에 따른 교통난 해소를 기대했던 지역민들이 불편을 더 겪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인근지역 부동산시장도 침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동을 남북으로 잇는 총 길이 11.4㎞ 경전철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는 약 6500억원이다. 2009년 9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11월께 준공 예정이었지만, 자금난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가 지연돼 준공예정일이 내년 상반기까지 미뤄졌다.

    현재 주간사인 포스코건설(27.29%, 이하 지분), 대우건설(20.31%), 고려개발(14.33%), 두산건설(10.47%) 등 10개 출자사가 지분을 갖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행사 측은 10개 출자사(시공사)에 공사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우이신설경전철 관계자는 "시가 사업재구조화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해 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대주단에서 대출을 중단했다"며 "공사비 손실만 15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26개월 반 동안 공기가 연장되면서 646억원 규모 지체상금(올해 11월 말 기준 추산)과 460억원 규모 간접비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속히 사업재구조화에 합의해 자금줄을 터주면 공사는 곧바로 재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갈등은 2009년 착공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차례 진행된 설계변경과 13개 정거장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 및 토지보상이 지연되면서 공사기간이 26.5개월 이상 늘어났다. 그러면서 간접비와 지체상금을 두고 시와 시행사 간 갈등이 빚어졌다.

    그러다 2014년 9월 양측이 공기연장과 사업재구조화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공사가 재개됐지만 사업재구조화 시행여부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시는 개통 후 운영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할 때 대출원리금을 갚을 수 있도록 출자사들이 자금을 보충하는 '자금보충약정(CDS)' 비용인 760억원 중 절반이 소요될 때 사업시행사와 합동용역을 거쳐 사업재구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주단 측에서는 이행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했다. 이후 시행사에게 CDS 71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지만, 시행사 측이 추가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나타내자 협약해지를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 측이 시에 "수익성 개선을 위하 사업재구조화에 합의해 달라"며 요구했으나, 시가 공기 지연 등의 원인이 시행자 측에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번번이 사업재구조화를 이유로 공사를 지연하거나 중단한 것이 공기가 지연된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시는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한 것 역시 책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는 법적·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강북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에 더 이상 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도시철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은 설계, 건설, 운영, 자금조달의 책임이 전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있다"며 "공사재개 감독명령에도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10개 출자사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후에도 공사재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시에 시행하는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 역시 손실을 피할 수는 없지만, 타인자본(대출)까지 시가 보증하는 건 규정에 맞지 않는 만큼 원칙대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경전철 노선을 따라 영향을 받은 지역 부동산시장이다. 그간 교통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성북구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개발기대감이 한 풀 꺾인 것이다.

    앞서 우이~신설선 개통은 지역의 대표적 호재로 꼽히면서 동대문구, 성북구, 강북구 등에 공급된 신규분양 단지의 청약성적에도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 실제로 2014년 선보인 '정릉 꿈에그린'과 지난 4월 공급된 '길음뉴타운 롯데캐슬 골든힐스'는 우이~신설선 개발호재로 일찌감치 완판됐다.

    강북구 우이동 W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미 경전철 관련해서는 집값에 반영될 만큼 반영됐지만, 원활하게 마무리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도 "조율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쪽은 지역민들"이라고 지적했다.

    성북구 정릉동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노선 따라서 조성된 신규 아파트도 대체로 경전철 개통 시기와 준공 시기 간에 시차가 있다보니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분양 중이거나 잔여물량이 있는 사업지의 경우 분양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수분양자들이 분양 홍보과정에서 과장 광고나 허위광고 등으로 컴플레인을 걸게 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