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려는 회사·반발하는 직원 이면에는 세대간 인식차 감지저연차 "매너리즘 빠진 직원들 문제"…고연차 "퇴로 열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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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증권업계의 희망퇴직이 조직 내에서 연차별(연령·직급별) 갈등이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합을 앞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최근 각각 52명, 170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0월 154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 과정에서는 6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밖에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모기업의 지속적인 조직슬림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측이 희망퇴직 등 인력조정 카드를 꺼내면 노사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반면 희망퇴직 이슈에 대해 최근 들어서는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특히 조직 내에서 근속년수는 높은 반면 성과가 낮은 직원들의 희망퇴직이 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 젊은 사원들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균연령이 낮은 증권업계에서도 세대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근속년수 20년 이상, 만 45세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현대증권의 경우 고연령층 위주로 충성도 높은 고객 보유수가 타사 대비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리테일부문 직원들이 장기간·고연령 고객들의 계좌유지 및 관리에 치중하고, 신규 고객유치와 관리에 소홀해 미래 성장 동력에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업계 내 젊은 직원들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기존의 고객,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고객유치 없이 정체된 실적만을 유지하는 선배들도 있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다"며 "이들이 신입사원 채용기회는 물론 젊은 직원들의 기회를 차단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직이더라도 성과보상이 확실한 회사로 사람들이 몰리고, 그 회사가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직원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대리급 직원은 "투자스타일이나 고객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성향이 고참들과는 정 반대인 면이 강하다"며 "본인은 입사 이후로 증시 호황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해 그만큼 고객 관리와 성과도출이 힘들지만 업계에 오랜시간 있었던 다수의 선배들은 지인 위주의 영업과 회전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데, 각자의 영업방식에 대해 서로가 이해를 못하며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참급 직원은 "증권사 근속년수가 10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은 40대에 접어들면 누구나 퇴직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인생 2막에 대한 퇴로를 충분히 열어주려는 사측의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이같은 증권업계 내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차이 문제는 세대간 갈등 뿐 아니라 사측이 예상한 희망퇴직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남기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다수 증권사가 은행 등 타 금융기관과 연계영업에 초점을 맞추며 지점 축소 등 효율성 극대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맨들의 감소추세는 매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증권사가 M&A를 통한 통합이슈에 놓여있고, 업황은 지속적으로 나빠져 증권사들의 조직슬림화 작업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상대적으로 저성과자, 고연령층의 자리가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