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상공·지하에 주택·상업·문화시설 복합개발… 민간개발도 허용
  • ▲ 도로 건축 융복합 사례.ⓒ국토부
    ▲ 도로 건축 융복합 사례.ⓒ국토부


    민간자본이 경부고속도로 서울 도심의 양재∼한남나들목(IC)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의 토대가 마련된다.

    도로 상공과 지하에 상업·문화시설 등 다양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도로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 도로 주변 건물을 연결하거나 아예 도로를 지하화해 상부 공간을 복합 개발할 수 있다.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광장을 조성한 프랑스 파리 파 데팡스가 대표적인 해외 입체개발 사례로 꼽힌다.

    ◇도로+주택·건축·문화·교통 융복합 개발

    국토교통부는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신산업 규제혁신 관계 장관회의에서 '도로 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통한 미래형 도시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우선 도로 부지에 대한 민간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도로 용지는 국·공유지로, 사실상 공공에만 개발이 허용돼왔다. 공공이 지하상가와 같은 도시계획시설 위주로 개발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민간이 도로 공간에 시설을 조성하고 50년 이상 등 일정 기간 소유할 수 있다.

    도로 지하 공간에는 백화점·컨벤션·공연장 등 다양한 상업·문화·업무시설 개발이 허용된다. 교통편의 등을 위해 인근 사유지와의 연계개발도 허용할 계획이다.

    철도와 도로망 등을 지하에 배치하면 도심 지상부를 보행 중심의 시가지로 개발하거나 문화·상업시설을 복합 개발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고가도로의 경우 활용도가 낮은 안전지대 등 하부공간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도로 상공에 건축을 허용하면 도심에 새 명소가 생기는 등 창의적인 건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도로가 건축물을 관통하거나 도로 위로 구름다리를 놓아 주변 건물을 연결할 수도 있다. 고가도로 옆 건물 옥상에 간이휴게소가 조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도로 입체화와 연계하면 지하에는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지상은 보행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도로 상공을 연결해 마련한 공간에 저렴한 주택공급을 유도할 수 있고 도로에 의한 공간 단절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도로를 입체 개발하는 경우 4~7m 도로가 통과하는 곳도 가로주택정비구역에 포함하고, 인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면 용적률도 올려줄 계획이다.

    국토부는 8m 이상 도로로 단지가 나뉜 아파트에 도로 입체화를 적용하면 단지마다 관리실을 둘 필요가 없어져 관리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는 견해다.

    도로를 입체화하면 교통편의를 위한 환승시설 개발도 쉬워진다. 고속도로 IC와 요금소 공간 등을 활용해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환승시설을 만들면 다양한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하 환승시설에는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상업시설을 허용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자 입체도로 개발구역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도로 공간 이용 주체의 특혜 소지를 차단하고 개발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공간 활용 개발이익환수금을 신설한다. 환수금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도시·교통분야 신산업 지원이나 미래 통일 대비 재원으로 활용한다.

    김정렬 국토부 도로국장은 "공공도로의 안전과 유지·관리를 위해 안전 관련 지침도 정비할 계획"이라며 "올 연말까지 도로법을 개정하고 내년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도심의 도로면적이 20%쯤을 차지한다고 보면 서울의 경우 1%만 입체적으로 활용해도 88만㎡쯤이 활용되는 셈"이라며 "지난해 주상공지역 평균 표준지 가격이 400만원이었음을 고려하면 3조5000억원의 경제적 개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예상도.ⓒ연합뉴스
    ▲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예상도.ⓒ연합뉴스


    ◇경부고속도 지하화 첫 단추 끼운 셈

    국토부의 도로 입체화 추진으로 서울 서초구가 구상하는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지하화 사업이 사실상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국토부는 정책 입안, 관련 법 국회 통과, 사업계획 수립, 예산 확보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당장 사업이 구체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아직 어떤 구체적인 사업을 염두에 게 아니므로 확대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첫 단계인 정책 입안이 이뤄진 만큼 연속되는 행정의 특성상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대표적인 수혜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도로 공간 입체 활용과 관련해 내년까지 관련 지침을 정비하고 2019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의 경우 민자사업 제안을 시작으로 민자사업 적격성 검토, 제3자 공고, 실시협약, 예산 반영 등의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도 앞으로 10년은 걸릴 거라고 설명했다.

    민자도로 건설을 예로 들면 실시협약 등 사업계획 추진에 4~5년, 착공 기간 2~3년 등을 참작할 때 7~8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서울 시내 교통체계와 도시공간 구조 변화, 강남·북과 수도권·비수도권의 균형발전 영향, 도로 유료화 등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섣부른 판단착오가 자칫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도로 입체화가 사실상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의 신호탄임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편 서초구는 지난달 18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5개 학회에 의뢰해 1년간 진행한 '서울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간 구조 개편 타당성 조사 연구' 최종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구는 고속도로 지하 40m 깊이에 대심도 '스피드웨이'를 뚫어 서울 강북과 지방을 오가는 차량이 논스톱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고, 현 경부고속도로 하부에는 강남권을 오가는 저심도 '로컬웨이'를 뚫는 구상을 하고 있다.

    상부에는 녹지 공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과 연계되는 대형 상업시설을 짓는다는 복안이다.

    구가 내놓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구간을 지하화하는데 3조3000억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조달 가능액 5조2000억원, 부가가치유발 2조원, 일자리 창출 3만9000여개 등을 고려하면 세금을 들이지 않고도 재정사업이 가능하다고 구는 밝혔다.

    이 사업의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은 1.11로 분석됐다. B/C가 1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