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에 갈 길 잃은 유동자금 쏠림현상입주·분양 대기 많아 투자수익률 현실화
  • ▲ 3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견본주택 내. ⓒ현대엔지니어링
    ▲ 3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견본주택 내. ⓒ현대엔지니어링


    이번 주 주요 오피스텔 청약단지인 인천 송도와 세종시에 총 940억원의 청약신청금이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6·19규제의 반사이익이 불러온 청약광풍이다. 다만 입주·분양 물량증가에 따른 공실위험과 임대수익률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묻지마식' 투자는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랜드마크시티 센트럴 더샵 오피스텔'와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에 모두 940억400만원의 청약신청금이 몰렸다. 이들 단지의 사업주체인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1분기 순이익인 1160억원의 80.9%에 달하는 금액이 일시에 몰린 셈이다.

    이틀 동안 진행된 '더샵'의 경우 1242실 모집에 총 4만5516명이 청약, 36.6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청약신청금이 100만원으로, 455억1600만원이 몰렸다. 2개 블록으로 공급된 '힐스테이트'는 총 64실 공급에 2만4244명이 몰리면서 378.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단지의 청약신청금은 200만원으로, 총 484억8800만원이 쌓였다.

    이들 단지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아파트시장을 겨냥해 청약·전매·대출규제 등을 강화한 6·19대책에서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비교적 규제가 적다. 일단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아 거주지 및 거주기간과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고, 전매제한도 없어 당첨되면 계약 후 바로 분양권을 팔수도 있다.

    실제로 대책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20일 '한강 메트로 자이 오피스텔' 청약에는 200실 공급에 500여명이 몰리면서 평균 25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5월 공급된 '한강 메트로 자이' 아파트 경쟁률 4.26대 1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대책 첫 주말 공개된 '일산 한류월드 유보라 더스마트' 견본주택에는 사흘간 총 2만여명이 다녀갔으며,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지난달 28일 당첨자 발표가 두 시간가량 연기되기도 했다. 같은 날 선보인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오피스텔' 역시 견본주택 개관 사흘 만에 전체 127실이 모두 계약을 마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오피스텔에 시중 여유자금이 쏠릴 것으로 예상됐다"며 "저금리 상황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도 오피스텔 열풍을 부채질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입주·분양 물량 증가로 공실 위험은 물론, 임대료 하락가능성까지 우려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13년 5.76%에서 △2014년 5.64% △2015년 5.31% △2016년 5.31%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수익률은 5.26%다. 서울 지역은 더 낮다. 2013년 5.33%였지만, 지난해에는 4.98%로 처음 4%대를 기록했다. 올해 임대수익률은 4.92%를 기록 중이다.

    오피스텔 임대수익률 산정에는 각종 거래비용이나 세금 등 지출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임대사업자가 손에 쥘 수 있는 임대수익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을 끼고 오피스텔을 매입했다면 이자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예금금리가 1%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수익률이 괜찮다는 분석도 있지만, 공급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올 하반기 입주가 예정된 오피스텔은 3만791실에 달한다. 반기 기준으로 최근 5년새 최대 물량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321실에 비해서도 12.7% 늘어났다. 내년 입주량도 6만9552실로 추산된다.

    지난해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7만4000여실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3만6000여실이 공급됐으며 연내 분양 예정인 물량도 45개 단지·1만7400여실에 달한다. 또 소형 아파트나 원룸, 도시형생활주택 등 대체재 공급도 증가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텔 투자는 통상 시세차익보다는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며 "임대 공급이 증가하면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발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것도 악재다. 오피스텔 투자자들은 대개 초기자본을 많이 들이지 않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최대한 받는다. 매달 이자비용은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받아 충당하는 식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방식인 셈이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커진다. 여기에 공실마저 발생한다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위원은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고 금리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서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정부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열기를 우려해 금리인상 시사와 새로운 대출규제 도입 가능성 등 경고성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6·19대책이 아파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오피스텔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하면 정부가 규제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가진 오피스텔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금리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