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100억원 넘는 펀드 드물어, 소규모 수준일부 펀드는 ‘마이너스’…“장기적으로 봐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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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A씨는 이용하는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에서 자사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에 가입할 경우 고금리의 특판RP 매수 기회를 준다는 이벤트 공지를 확인하고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에 가입했다. 그러나 특판RP는 이미 남은 물량이 없어 더 이상 매수가 불가능했다. A씨는 자신이 매수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했으나 시중 금리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라 수익률이 더 높은 다른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결국 매도했다.

    증권업계가 경쟁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내놓았으나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률에 인기를 끌지 못하고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상품의 연수익률은 대부분 시중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따라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2016년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 열풍이 자산관리 시장까지 영향을 주며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금융위원회가 신뢰성 제고를 위해 1차 테스트베드 진행 후 2차 테스트까지 완료했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검증을 마친 ‘신뢰성’을 내세우며 마케팅에 돌입했으나 막상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로 인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펀드정보업체 ‘펀드닥터’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상위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중 ‘NH-Amundi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H)’는 6개월 수익률이 2.91%에 머물렀다.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S-P)’는 5.54%, ‘대신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성과보수(C클래스)’는 5.28% 정도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하이ROKI1 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H’는  4.08%, ‘DB밸류아이로보어드바이저(A클래스)’는 3.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부 상품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C-W’는 6개월 기준 –0.65%, ‘NH-Amundi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자(UH)’는 –0.74%의 수익률로 손실을 보였다.

    신규 가입도 저조한 상황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시중에 나온 지 1년 이상이 지났지만 현재 설정액 100억원을 넘는 펀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 소규모에 머무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대폭 낮추거나 심지어 다른 인기 상품을 ‘끼워’파는 등 적극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특히 지난해 국내 증시 호황과 글로벌 신흥시장 펀드의 약진, 가상화폐 등 새로운 투자 대상의 등장으로 인해 경쟁자들도 더 많아졌다.

    물론 증권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대해 당장의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 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파고’의 등장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로보어드바이저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수단이 아니라 손실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기에 적합한 투자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