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서울 현대빌딩으로 상경 투쟁… 생산차질 불가피현대重 “노조에 경영상황 알려 지속적으로 고통분담 요구”
  •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의 파업에 또 발목이 잡혔다. 고통분담으로 회사를 살리려 했지만, 노조는 이 호소를 묵살하고 지난 2014년 이후 5년 연속 파업에 나선다.

    13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전 9시 울산조선소를 출발해 서울 종로구 현대빌딩을 찾아 고용안정 대책을 촉구하는 ‘7시간 파업 상경투쟁’을 한다.

    이날 파업에는 특수선 근로자를 제외한 전 노조 조합원이 참가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8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을 시작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674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연차별 조합원 임금격차 조정, 성과급 지급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동결과 임금 20% 반납, 임금피크 적용기준 변경(만 59세→만 56세) 등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앞선 글로벌 불황으로 만성적인 일감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노조에 회사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고통분담’에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현대중공업 사업부문 중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은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레이트(UAE) 나스르 해양 원유생산 설비 이후 44개월째 신규수주가 없다. 이 프로젝트도 이달 중 마지막 모듈이 출항하면 현대중공업 해양야드에는 작업량이 전무하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나스르 프로젝트를 끝으로 해양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또 해양사업본부 17개 조직을 3분의 1 수준인 6개로 축소한다. 조직 통폐합으로 임원 숫자도 3분의 2로 줄였다. ‘고정비 감소’ 목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 감축도 곧 시행될 예정이다.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에 크게 반발하며, 최근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난 9일 ‘하청·일반직지회 통합 시행규칙안’을 통과시켜 하청업체 근로자를 기반으로 세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노조의 파업에도 지속적으로 ‘고통분담’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파업 장기화로 생산차질이 나타나지 않도록 향후 진행될 단체교섭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총 13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주절벽으로 나타난 일감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노조와 교섭할 때마다 고통분담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며 “파업이 실시된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단체교섭에서도 현재 입장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의 약 40%를 싹쓸이하며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수주량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파업으로 긍정적 흐름이 멈춰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살아나는 만큼 지금은 노사가 싸우기 보다 물심양면으로 힘을 합해도 모자랄 때”라며 “현대중공업이 국내 조선사의 맏형인 만큼 노사가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협상안을 빠른 시일 안에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