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연금 45년째 세금 보전… 국가부담 80% 넘어 요율인상시 자영업자·기업 4조 더 부담해야… 사실상 준증세
  • ▲ 박능후(오른쪽 다섯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박능후(오른쪽 다섯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167만원' 

    국민연금연구원이 2016년 50세이상의 중년가구를 대상으로 월평균 부부 기준의 최소생활비를 조사한 결과다. 한달 간 중년의 부부가 생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67만원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36만원이다. 1인 최소 노후생활비인 104만원의 1/3 수준이다. 반면 사립교원은 퇴직후 월평균 310만원, 군인은 298만원, 공무원은 평균 269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연금수령만으로 중년의 부부가 생활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이러한 직역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법적으로 적자가 나도 세금으로 메꿔준다. 


    ◇ 군인연금 45년째 세금 쏟아… 국가부담 80% 넘어 

    오는 1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진단하는 공청회를 가진다. 이후 정부가 재정 안정화 방안을 확정하면 내달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10월까지 제 4차 국민연금운영계획이 수립된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재정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이참에 직역연금 통합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역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수령액이 훨씬 크다. 국민연금은 중간 소득자 기준으로 낸 돈의 1.8배를 돌려받는 구조이나 군인연금은 수익률이 2.2배나 된다. 

    문제는 이러한 직역연금에 수년간 혈세를 쏟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가부채 1555조원 가운데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는 전체의 55%에 해당하는 845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5%지만 공무원연금은 60%가 넘는다. 

    소득대체율은 연금 가입자의 생애 평균소득에 연금 수령액의 비중을 뜻한다. 소득대체율 45%는 가입기간(40년 기준) 월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은퇴 후 월 45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즉, 직역연금은 설계단계부터 국민연금보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짜였다. 

    특히 군인연금은 이미 1973년에 기금이 고갈됐다. 45년째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1조원 적자 보전 이후, 지난해에는 1조4600억원을 쏟았다. 

    국민연금 지급률은 1.9%로 보험료 부담은 9%다. 군인으로 20년 이상 복무하면 은퇴시기와 관계없이 나이에 제한없이 연금을 받는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연금에 들어가는 1인당 국가보전금은 군인 1534만원, 공무원 512만원이나 됐다. 

    국민연금 개편안과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독 직역연금 폐지 및 통폐합을 다룬 청원이 많이 올라온 것도 이러한 연금 불평등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 자영업자·기업 4조 더 부담해야… 사실상 준증세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 시나리오는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한 ①보험료율 인상 ②소득대체율 조정안으로 나뉜다.

    보험료율이 오를 때 부담이 커지는 것은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는 보험료를 고용주와 절반씩 내지 않고 보험료 100%를 내야 한다. 만일 보험료율이 9%대로 오르면 1200억원, 11%로 오르면 최대 8천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2년 연속 10%대로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에다가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직장가입자 보험료의 절반을 책임지는 기업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직장보험료 납부액은 43조원에 달한다. 보험료율이 11%로 오를 경우, 기업의 추가 부담금은 4조원을 넘어선다. 특히 기업은 법인세 인상까지 겹쳐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인 탓에 체감은 '준증세'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외에도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연장도 고심하고 있다. 보험료를 내야 하는 연령을 기존 60세 미만에서 62세 미만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다만 현행 법정 정년이 60세인 만큼 2년 간은 퇴직 후에도 보험료를 내야 해 논란이 예상된다. 

    소득기반이 약한 60대에 보험료 납부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입 기간을 늘리기에 앞서 정년 연장 및 은퇴 후 일자리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서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서 "국민연금 개편안은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
    ◇ 文 대통령 "대통령도 납득 못해" 진화 

    논란이 확대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3일 "일부 보도 대로라면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 소득보장 확대라는 기본 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진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폐지 등 개편에 관한 부정적인 청원이 5천건 이상 등장해 있다. 가뜩이나 올해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연일 악화된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는 와중에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가열돼 지지율 50%선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이 언론보도를 탓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정부의 확정안이 아니라지만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에서 검토해 발표할 예정인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국민연금에 대해 여론 떠보기를 하다가 여론이 부글부글 끓자 꼬리 감추기로 대통령이 나서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기본인식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