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종부세 도입" 政 "점진적 개편" 靑 "세금 능사 아냐" 거듭된 정책 실패에 참여정부 '트라우마' 재연 조짐
  • ▲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예고하고 있다. 정부 출범 1년 4개월 만에 7번째 대책이다. ⓒ 청와대
    ▲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예고하고 있다. 정부 출범 1년 4개월 만에 7번째 대책이다. ⓒ 청와대
    "통치는 산문을 쓰듯 해야 한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에서 이같이 말했다. 선거는 시를 쓰듯 감동적으로 치를 수 있으나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는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예고하고 있다. 정부 출범 1년 4개월만에 7번째 대책으로 2~3개월마다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문제는 줄줄이 발표하는 정책에 '디테일'이 없다. 특히 정부와 여당, 청와대까지 제각각 딴소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정책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 사이 시장은 과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럽다. 


    ◇ '설익은' 제 할말만 하는 당정청  

    문재인정부의 정책 혼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책이 발표되고 나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7월 종부세 개편을 연이어 8·27 대책에서는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했으나 부동산 가격은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추석 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공급·수요 관점에서 세제와 금융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난 7월에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종합부동산세의) 점진적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놓고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과 주택에 대해서 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제동을 걸면서 다시 혼선에 빠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면서다. 

    그 사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개월 만에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뜻을 밝히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도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혜택 축소에 신중한 입장이라 기존 임대사업자와 임대사업자 등록을 앞두고 있는 이들 모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정청이 '원팀(one team)', 공동운명체를 내건 게 무색할 정도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은 수도권 부동산 공급확대를 강조했으나 서울시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 장하성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실언 

    이러한 정책 엇박자에 시장의 불신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억누르지 못한다. 한국감정원이 9월 3일 기준으로 내놓은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 결과 상승폭이 전주 0.45%에서 0.47%로 오름세가 커졌다. 

    여기에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실언'까지 이어지면서 청와대의 부동산 인식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 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면서 "저도 거기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지만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과거 16.4%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며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언급해 논란이 됐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는 참여정부 '트라우마'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종부세 도입 등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으나 집값 급등을 막아내지 못했고 지지층 이탈로 연결됐다. 

    2년 뒤 총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의 압박감도 상당하다. 급기야 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서 제출받은 신규 택지 후보지 8곳을 보도자료로 공개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신 의원은 국토교통위원에서 사임할 처지에 놓였다. 공공택지 지정은 지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최종 발표때까지 입단속이 중요한데 부동산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7일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반시장 규제정책,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과거 참여정부시절 수차례 시도했다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수요공급으로 풀어야 한다. 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있느냐는 걱정이 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토론은 내부에서 실컷하고 국민들한테 전달할 때는 잘 조율된, 정제된 일관성 있는 발언으로 시장을 끌고 가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