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손실액만 1조원… 정부 대책 안보여 한전 "2022년 개교, 학비·기숙사비 전액 무료"
  • ▲ 한국전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나홀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전력
    ▲ 한국전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나홀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전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나홀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호남 일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전공대 유치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나 정작 중앙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없는 상황이어서 한전이 7000억원에 달하는 설립비용을 모두 덤터기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한전의 누적부채는 약 114조원에 달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10일 나주 본사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오는 2022년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한전이 올 1, 2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하면서 한전공대 설립 시점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설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전은 중간보고서에서 대학 설립비용으로 토지비용을 제하고 5000억원에서 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자금조달 방법은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 보고서에는 범정부 지원조직 구축과 정부·지자체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한전공대는 총 120만㎡부지에 에너지 특화 연구소 등과 함꼐 지어진다. 전체 학생수는 6개 에너지 전공별로 대학원 각 100명씩 600명, 학부는 400명으로 총 1000명에 외국인 학생 별도다. 

    여기에 학생 전원에게 입학금 및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아파트형 기숙사도 별도로 제공한다. 또 한전입사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초대 총장으로 앉혀 미국 명문대 총장 수준인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 밖에 교수들에는 연봉 4억원 이상을 지급할 방침이다.

    ◇ 한전, 상반기 순손실액만 1조… 정부 대책 안보여  

    한전공대를 둘러싼 지역갈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발표 시점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지방선거때는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 간의 '유치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광주시와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보고서는 최단기간내 입지선정을 위해서는 '광주와 전남도 간의 합의추천'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입지선정이 늦어질 경우, 자연스럽게 개교시점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유치전쟁을 벌이는 동안 한전의 실적은 끊임없이 곤두박질쳤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에 따라 올 상반기 순손실액만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처럼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신규 대학을 설립해 학비를 일절 받지 않고 총장, 교수에 고액 연봉을 안기는 게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한전의 적자가 앞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해 나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공대를 무리하게 세우는 것은 천문한적 적자에 허덕이는 죄없는 공기업을 쥐어짜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한전공대가 2022년 개교한다면 2008년 중원대 이후, 14년 만에 세워지는 4년제 사립대학이 된다. 교육부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에 적극 나선 상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한전이 중간보고서를 발표했으니 이제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내놓을 차례"라면서 "만일 정부가 지자체 갈등 해소, 재정지원 대책 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때 출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