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IMF·KDI "경제성장 하향 조정" 한 목소리경기침체속 물가상승… 심상치 않은 조짐 우려
  •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의 실질성장률을 각각 2.7%·2.6%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대와는 다른 예측이 나온 셈이다.  

    우리 경제의 경기 하향 징후가 뚜렷해지는 와중에 물가마저 치솟고 있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경제가 지금 스태그플래이션에 빠졌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 한은·IMF·KDI "경제성장 하향 조정" 한 목소리 

    KDI는 6일 올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지난 5월때 내놓은 전망보다 올해와 내년 실질성장률을 각각 0.25%p와 0.1%p 내린 수치를 내놨다. 또 잠재성장률이 2.7~2.8%인 상황서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란 판단도 덧붙였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제외한 채 오를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KDI의 이러한 관측 배경에는 우리 경제의 투자, 소비, 고용 등 사실상 전 분야에 대한 참담한 통계수치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설비투자가 14.6% 증가했던데 반해 올해는 1.8% 감소했고 내년에는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 1분기 역시 큰 폭의 고용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올해 2.6%에서 내년은 2.5%로 5월 전망대비 하향 전망했다. 

    특히 투자 감소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하고 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데는 경기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중장기적으로 제조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을 2.6% 낮췄다. 지금껏 다른 기관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해왔던 한국은행도 성장률을 2.7%로 봤다.  

    고유가와 경기불황까지 겹쳐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단정할 수 없으나 유가상승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빚어지는 상황서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이 공급 비용을 높여 단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2019 한국경제 대전망'을 통해 내년은 '외우내환'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건비 부담은 높아지는데 노동의 경직성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으로 작용, 경제가 위축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오랜기간 두자릿수 실업률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공동집필자인 김호원 서울대 산학협력 교수 역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공유가 중요하다"면서 "정책당국자들의 시각이 기업, 시장과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 꿈쩍않는 정부… "내년에 소득주도성장 효과"

    한국경제를 둘러싼 연이은 경고음에도 정부와 청와대는 꿈쩍않고 있다. 특히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지난 4일 "내년에는 정부가 흔들림없이 추진해온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산업구조조정이 완료되는 연말에는 10~15만명의 일자리 증가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연말에서 내년으로 미룬 셈이다.  

    장 실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는 "과거 한국 경제, 세계경제에서 위기라고 정의하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라면서 "경제가 위기가 처했다는 말은 경제적으로 과한 해석"이라고 했다. 

    이러한 발언에 동의하는 지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김동연 부총리는 "정책실장이 아마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하방 위험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경제운영에 야당을 중심으로 최근 경제상황을 '파탄'수준으로 진단,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재선 모임 '통합, 전진'에서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역에 내려가보면 가게들이 나날이 문을 닫고 예전에 불야성이었던 거리에 불이 다 꺼지고 공단 절반은 매물으 내놨다"면서 "정말 임기를 못 채울 정도로 (경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같은당 정용기 의원 역시 "지역에 다녀보면 일볼의 잃어버린 10년이 우리 한국사회에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