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코스피 범위 2475~2025선… 전년보다 암울미‧중 무역전쟁과 미 금리 기조 등 불확실성 지속
  • ▲ 한국거래소 1층에서 직원들이 내년 증시 개장식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거래소 1층에서 직원들이 내년 증시 개장식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3000' 시대를 기대하면서 장밋빛 전망으로 시작했다가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마감한 한국 주식시장에 새해에도 먹구름은 당분간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분쟁을 비롯한 글로벌 변수가 여전하고, 내부적으로도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국내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준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는 코스피 지수 최고치를 2475, 최저치를 2025로 예상했다. 각 증권사가 전망한 올해 코스피 지수 고점과 저점을 평균해 낸 수치다. 연 평균으로는 2278을 전망했다. 지난해 평균 2324보다 낮다.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2000대 초반을 사이에 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기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금융시장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통화정책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 유로존 갈등, 기업 부채 위험 등이 세계 경제 기초체력과 증시 하향 위험을 높이는 변수"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은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컸다. 1월29일 코스피 지수는 2598까지 치솟았다가 9개월 만인 10월29일 1996으로 곤두박질쳤다. 장중 2600선까지 찍었다가 1900대로 급락하는, 진폭이 500p 넘는 장세를 보였다. 곳곳에서 불거져 나온 변수에 국내 주식시장은 쉽게 휘청거렸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변수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를 자극할 수 있는 대외 요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지, 유지할지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나설지, 지속할지 △미국경기 둔화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 등이 있다. 모두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이 어려운 변수다.

    여전히 안개 속인 유럽 브렉시트 정국도 무시할 수 없는 불안요소다. 국내 반도체, 자동차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 같은 대내 변수도 첩첩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전 세계 교역 위축이 본격화될 우려가 있고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증시에서 의미 있는 상승세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경우 연내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다시 붕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지난해 10월 저점보다 높은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미국·일본·독일을 포함한 주요국 주가지수는 이미 지난해 10월 저점 아래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며 "국내 증시가 다시 흔들리더라도 세계 공통으로 진행되는 일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올 1분기 2000선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학균 센터장 뿐만 아니라 2000선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고 본 증권사는 더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코스피 지수 상단을 2500, 하단을 1950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고점을 2300, 저점을 1900으로 전망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실물지표가 지난해 12월부터 나빠지고 있다"며 "실물지표 부진 자체는 이미 예고된 부분이지만, 예상치보다 더 나쁜지, 아니면 그나마 선방했는지를 확인하는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팀장도 "코스피는 이익에 대한 신뢰도가 약해지고 이익 증가율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하반기에는 코스피 2000선 이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