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이 신라젠 BW '무자본 매입'하도록 제안법원 "문은상 범행의 뼈대…자본시장 신뢰에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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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 DB
    신라젠 경영진들이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자본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DB금융투자 전 임원들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전지원 부장판사)는 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DB금융투자 전 부사장 손모씨와 전 상무보 이모씨, DB금융투자 법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손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이씨에게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DB금융투자는 원심과 같은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손씨는 법정구속됐고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씨도 보석이 취소돼 구속됐다. 

    손씨 등은 DB금융투자에 근무하면서 문 전 대표 등 신라젠 경영진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에 350억원을 빌려줘 문 전 대표 등이 신라젠 BW를 무자본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문 전 대표 등은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고 페이퍼컴퍼니는 그돈을 DB금투에 상환했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자금 돌리기'를 통해 무자본으로 신라젠 지분율을 높였고 신라젠의 상장 이후 1천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씨 등은 신라젠 BW 발행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계좌와 입출금 전표, 법인 인감 등을 관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가장납입 방식을 고안한 손씨 등이 문 전 대표의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하고 2020년 6월 이들을 기소했다. 

    지난해 8월 1심은 "손씨 등이 BW 발행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직접 수행하고 전 과정에 관여했다"며 손씨와 이씨에게 각 징역 3년과 5년을 선고했다. DB금융투자 법인은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씨와 이씨는 DB금융투자가 BW 인수대금 350억원을 제공하게 했고, 문 전 대표는 손씨와 이씨의 자문에 따라 BW 매입을 결정했다"면서 "문 전 대표의 범행에 있어 이 제안은 핵심 뼈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신라젠 BW 인수대금이 실질적으로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신라젠이 350억원의 BW 발행을 성공한 것 같은 모습이 창출 돼 자본시장의 신뢰에도 손상이 초래됐다"고도 밝혔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신라젠은 지난 2020년 5월 문 전 대표의 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지난해 10월 약 29개월만에 거래가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