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 또 다른 감시 당국 막아, 최악 사태 피해5년내 상위직 35%로 감축…인사적체·명퇴 보상 문제
  •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논란으로 질타를 받아온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을 피했다.

    향후 5년 내 상위직급을 3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 확정했기 때문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채용비리와 방만경영으로 문제가 돼 지난해 조건부 지정 유보된 금감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공운위에 향후 5년 내 팀장 이상 보직을 받을 수 있는 3급 이상 상위직급 비율을 35%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확정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향후 상위직급 감축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매년 공운위에 이행실적을 제출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3급 이상 상위직급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의 43%로, 10개 금융 관련 공공기관 평균인 30.4%를 크게 상회한다.

    기재부는 이들 금융 관련 공공기관 중 금감원처럼 무보직 팀장까지 간부로 분류되는 직급체계를 가진 5곳의 평균 상위직급 비율이 37.3%라는 점을 감안, 금감원에 상위직급 비율을 35% 수준으로 낮추라고 요구해온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3급 이상 간부 비율을) 35%까지는 맞춰야 (공공기관 미지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운위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유보조건 이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금감원은 상위직급 감축을 제외한 모든 유보조건을 이미 이행했다.

    유보조건은 채용비리 근절대책 마련,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운영 등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 개선 등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반응이다.

    지금도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데 공운위라는 또 다른 감시자가 생기는 것은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 3급 이상 상위직급을 35% 수준으로 줄이게 된 것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금감원 전체 직원은 1천980명(1∼5급)이다. 이 중 3급 이상 상위직급은 851명으로 전체의 43% 수준이다.

    이를 35% 수준으로 낮추려면 5년 안에 3급 이상 직원을 150명가량 줄여야 한다.

    지난해 금감원은 올해 예산을 심사하면서 금융위에 3급 이상 상위직급을 10년 동안 35%까지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팀장급 자리 16개를 없앴으며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15개를 더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에서 10년은 너무 길다며 난색을 보여 상위직급 감축 기간을 5년으로 줄이게 됐다.

    상위직급 감축 속도를 더 빨리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금감원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사 적체가 심각한 반면 승진 기회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급 이상 상위직급을 내보내는 일도 쉽지 않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인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부터 3년간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금이 금융권에 비해 많지도 않고, 재취업길도 막혀 퇴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매년 상위직급 감축 계획 이행실적을 공운위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