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진칼 주총 앞두고 KCGI 지분 매입 공세 계속사모펀드에 넘어갈 경우 구조조정 가능성 높아 직원들 불안감 커져한경연 "사모펀드 인수 이후 고용 줄고 영업이익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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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수 기자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3남매간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사모펀드 KCGI에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가 새주인이 됐을 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총수 지정 관련 한진家 내분설이 제기되면서 사모펀드 경영 스타일에 대한 반감과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강성부펀드(KCGI)는 지난달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곧바로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경영권 쟁탈을 위한 공세를 시작했다. KCGI는 한진칼 주식 보유 비율을 기존 12.8%에서 2.18% 추가 매입해 14.98%까지 늘렸다.

    한진칼 지분은 고 조양호 회장이 17.84%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2.31%), 조현민(2.30%)를 확보하고 있다. 3남매가 조양호 전 회장 지분을 상속받기 전까지 사실상 최대주주는 KCGI인 셈이다.

    그룹 경영권이 사모펀드에 쥐어질 경우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수익만을 위한 구조조정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아 임직원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해당 기업 고용은 약 18.1% 줄었고 투자는 2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1.0%, 83.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4년 1조8400억원에 오렌지라이프를 사들인 이후 고용 유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오렌지라이프 임직원과 부서장 절반 가량을 해고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희망 퇴직 등을 거쳐 전체 인력의 약 30% 가량을 구조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인수당시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문제와 주주 이익 확대를 주장했으나 주가 상승 이후에는 지분을 팔거나 고용 유지 약속을 저버리고 구조조정을 행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항공산업은 특성상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 단순 효율성 강화만을 쫓을 경우 자칫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제안문에는 △보유 항공기 기종 단일화 △非 항공산업 축소 △노선 감축 등 주주가치 제고만을 위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KCGI 계획에 대해 "항공산업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용 절감만을 위해 노선과 기종을 줄일 경우 고객서비스와 국민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한항공 노조도 입장자료를 내며 KCGI 제안문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사업부 분리, 노선 감축 방안에 대해 "당신들에게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의 수단일 뿐인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바로 다음 날 공정위에 총수 지정 자료를 오는 15일 안에 제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확약서를 보내 향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