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법정 정년 60세 연장문제 이달 말 발표""최저임금 인상 수준 최소화 돼야"… 사실상 지침 "민심을 착각해서 선거용 정책콘텐츠를 내면 그때부터 사고가 나는 것"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0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조 발제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나오며 이해찬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0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조 발제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나오며 이해찬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청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각개약진'에 돌입한 가운데 당청과 정부의 역할분담이 점차 짙어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여당 등 정치권은 연일 '막말 프레임'으로 야당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법정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며 그동안의 경제실정에서 시선돌리기를 유도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년 연장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며 범정부 인구구조개선 대응 TF 산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등 관계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한 인구정책 TF는 이달 말쯤 정년 60세에 도달하는 고령층에 대해 재계약 등 계속 고용을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인상 수준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최저임금위원회에 사실상 '정부 지침'을 전달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기업들은 50전후로 명퇴를 시키는 게 현실이고 회사가 꼭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숙련근로자라면 무슨 명목을 만들어서라도 재고용하거나 외주를 주기때문에 기업입장에서 정년연장은 거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법정 정년 연장은 공공부문에는 바로 적용되기 때문에 안 그래도 공직사회에 진입하려고 대기중인 '공시생'들에게는 공무원사회 취업이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담장 아래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 인구로 본격 진입하고, 초저출산이 지속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내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한다. 올해 5만5천 명 줄어드는 데 그쳤던 생산연령인구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33만 명 가까이 줄어든다. ⓒ연합뉴스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담장 아래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 인구로 본격 진입하고, 초저출산이 지속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내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한다. 올해 5만5천 명 줄어드는 데 그쳤던 생산연령인구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33만 명 가까이 줄어든다. ⓒ연합뉴스

    21대총선이 아직 11개월이나 남았지만 정년연장과 최저임금 등 굵직한 정책전환 카드를 꺼내든것은 '이대로 가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라는 위기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여진다.

    한국의 역대 총선을 복기하면 큰 흐름은 '정부·여당 심판론'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는 류의 전망은 수시로 나온다.

    고용·소비, 건설 경기 추락 등 각종 국내 경제지표들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종종하면서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우리 경제는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계속해서 나빠지는데 분배지표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동력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정부 일각에서조차 “정책 속도와 방향이 잘못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소주성'은 약발이 다했는데 정부가 분위기 전환용으로 들고나올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하겠다는 지역적 분위기는 벌써부터 감지된다. 경기 서북부에 위치한 일산과 파주운정 코앞인 고양창릉에 3기 신도시를 짓겠다는 정부 발표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경기도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원전과 자동차로 먹고 살았던 PK(부산·울산·경남)지역에 탈원전 정책과 광주형일자리 등 기존 산업을 없애고 나눠먹는 정책을 들이대면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급보는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부가 총선 대비용으로 민심을 착각해서 정책컨텐츠를 내면 그때부터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금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년연장인가라는 반문이었다.

    실제로 최근 잇달아 나오는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과 법정 정년 연장 등 정부의 정책전환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축인 노동계는 반발하는 모습이다.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거론하며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이고 속도조절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해 정부의 정책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