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11일 증거인멸 지시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 최측근' 정현호 사장 소환학계, "검찰 수사 본질 이탈 우려… 객관적 증거 대신 정황 증거 통한 여론 조성 의도"
  •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의 방향이 증거 인멸로 옮겨지면서 삼성전자와 삼바가 부심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바 고의분식 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 '삼바 고의 분식회계' 검찰 수사 방향, 증거 인멸로 이동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비공개 소환했다.

    정 사장은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거나 빼돌리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을 숨기기 위해 삼바의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작업을 지시했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을 지낸 정 사장은 미전실 해체 이후 후신 격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를 이끌어왔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 동문으로,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때문에 이번 소환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지난달 7일 압수수색을 통해 인천 송도의 삼바 공장 바닥에 숨겨진 공용서버와 노트북 등 증거자료를 찾아냈다. 검찰은 실무직원 개인이 증거은닉 작업을 결정, 수행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삼바의 증거 인멸 시점이 1년 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소속 이 모 부사장과 사업지원TF 소속 백 모, 서 모 상무 등이 지난해 5월 대책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5일 금융감독원 감리에 앞두고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해당 해의에서 삼바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을 논의,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해당 대책회의가 열린 지 5일 후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가 추가적으로 마련됐다. 검찰은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 대응 방안,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재매입 방안 등이 논의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증거인멸 수사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삼성 측은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매체는 지난 10일 삼성이 지난해 5월5일 회의에서 증거를 없애기로 결정한 이후, 5월10일 해당 내용을 최고 경영진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날 회의는 삼바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판매현황, 의약품 개발 등 두 회사의 중장기 사업추진 내용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며 "증거 인멸이나 회계 이슈를 논의한 회의가 전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어 "이와 같은 보도들로 인해 회사와 투자자에게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고, 경영에도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유죄의 심증을 굳히게 하는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3일 검찰 수사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지 18일 만이다. 삼성 측이 검찰 수사 관련해서 두 번째로 보도 자제 요청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 학계, "검찰, 객관적 증거 대신 우회적 정황 증거 치중"

    학계에서는 검찰 수사의 방향이 분식회계에서 증거인멸로 이동한 것에 대해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분식회계를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힘들어 우회적으로 정황 증거를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검찰 수사의 방향이 엉뚱하게 증거인멸 쪽으로 쏠리고 있다"며 "증거인멸 시도와 회계분식은 층위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바 문제의 본질은 회계분식 여부인데 검찰이 이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려우니 증거은닉이라는 정황증거 제시로 넘어간 것이라는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증거 은닉과 무관하게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조 교수는 "은닉으로 인한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하는데 지장이 있었다면 시비가 붙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은닉과 무관하게 분식회계 판정을 내렸다"며 "증거 은닉이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측이 노트북과 서버에 숨긴 내용이 고의 분식회계와 연관이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검찰이 증거인멸에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결정적인 증거를 못 찾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게 회계분식 의혹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별 것도 아니지만 아예 처음부터 의심을 받을 빌미를 없애기 위해서 감췄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못 찾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보안팀에서 증거 은닉을 한 것은 미연에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과민반응한 결과라고 봤다. 실질적인 증거 능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조 교수는 "증거 은닉은 보안팀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삼바와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들이 왜 겁을 먹고 과잉 반응을 했는지는 우리나라 공권력에서 원인 제공을 한 걸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도 "검찰이 환부를 도려내는 수사를 해야 하는데 환부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다 찔러보는 수사를 하고 있다"며 "기업으로서는 별건수사를 피하기 위해 화근을 없애는 게 좋으니 이번 (삼바 증거인멸)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