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 지원 속 1990년대 디스플레이 강국 日 제쳐LCD 잠식한 中, OLED 전환 속도… 2021년 생산능력 韓 추월 전망日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中, 과거 韓보다 지원 많아… 정부 나서야"
  • ▲ 지난 18일 개최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창립 20주년 특별포럼'에서 연설하는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이성진 기자
    ▲ 지난 18일 개최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창립 20주년 특별포럼'에서 연설하는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이성진 기자
    "과거 디스플레이 선도국이었던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정부 주도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더 막강한 정부의 지원 아래 빠르게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이한 만큼 우리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국가차원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할 것입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가파른 추격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LCD 부문에서의 생산능력은 추월당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OLED에서도 가파른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과거 한국이 정부 지원사업에 힘입어 일본을 추월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KIDS)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창립 20주년 특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KIDS 회장인 유재수 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등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첫 연사로 나선 강인병 부사장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변화와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강 부사장은 과거 일본과 한국의 경쟁을 언급하면서 현재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우려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1994년부터 ▲중기 거점 기술 개발 ▲선도기술개발(G7) ▲핵심소재 국산화 계획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산업기술 기반조성 등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0년 당시 국내 업체의 기술 수준은 LCD의 경우 국산화율이 45%에 머무르며 핵심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높았지만, 평판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정부와 업체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계획했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디스플레이 산업의 장비 국산화율은 70%에 달하고 소재 국산화율도 30%를 넘어서고 있다.

    강 부사장은 "1990년대 초 일본은 많은 기술이 앞섰지만, 한국 정부 주도로 경쟁이 붙었고 결국 2004년 국내 업체들은 브라운관, LCD에 이어 PDP, OLED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 와서 경쟁상대는 중국이 됐고, 중국은 앞서 한국보다 더 막강한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1등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LCD 부문에서는 중국에 패권을 넘겨준 상태다.

    실제 IHS마킷에 집계 결과 LCD TV 출하량 점유율은 한국이 2017년 기준 32.4%로, 중국과 5%p 이상 격차를 벌리면서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지난해 3분기 30.6%로 감소하면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기간 중국은 4.7%p 상승한 31.9%를 기록했다.
  • ▲ 디스플레이 산업 위상과 경쟁력. ⓒ이성진 기자
    ▲ 디스플레이 산업 위상과 경쟁력. ⓒ이성진 기자
    중국이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신규공장 설립시 중국기업이 직접 투자하는 비중은 10~20% 이하이며 정부, 금융권 지원이 나머지 80%에 달한다.

    예컨대 BOE의 LCD 공장인 B9의 경우 총 투자비 약 7조2000억원 중 BOE 자체 자금 비중은 6.5%에 불과했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과거 행보와 흡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은 인센티브 및 관세, 각종 세금까지 지원하는 데다 광활한 내수시장을 통해 수율 100%를 달성하고 있다.

    결국 LCD패널 시장은 중국의 영향으로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을 부추겼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어닝쇼크'에 직격탄을 가했다. 관세청 집계 결과 지난달 디스플레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0% 감소하는 등 올 들어 매달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OLED 개발을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 정책의 일환으로 OLED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LCD 성공전략을 중소형 OLED에 적용해 3년 후에는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HS마킷은 중국의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이 2021년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중국은 현재 LCD보다도 OLED를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의 OLED 생산능력은 2022년 한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이 중국의 물량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5G 등 시대 흐름에 맞춰 자동차, 로봇 등 새로운 기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확보함은 물론 정부의 지원 또한 필연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민간의 힘으로만 사업을 지탱한다면 앞서 일본의 사례가 우리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 부사장은 "중국은 국가 주도의 산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한국보다 훨씬 강하다"며 "디스플레이 산업의 종합적인 파급력을 고려해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철 부사장도 "LCD는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줬지만 OLED는 지원이 없어 개발 과정이 힘들었다"며 "중국은 정부에서 아직도 LCD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OLED는 더 많이 지원한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