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폴더블폰 연기 등 생산 감축삼성, LGD 등 불확실성 '쑥'… 공급 축소 불가피LG이노텍, 비중 작지만 '아이폰 불매' 변수에 관세 부담까지"美·中 대립 장기화시 더 어려워진다"… 상황 예의주시
  • ▲ 화웨이 ⓒ정상윤 기자
    ▲ 화웨이 ⓒ정상윤 기자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강화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극에 치닫고 있다. 이미 일본과 영국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반(反)화웨이' 전선에 참여한 가운데 한국도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전자부품업계의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공급사인 국내 업체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미국의 이같은 제재가 화웨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전반적으로 확산되면 국내 업체들의 타격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은 최근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가 40% 줄었다"고 밝혔다. 런 회장은 올해와 내년 생산량을 약 300억달러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화웨이의 매출은 약 1000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화웨이는 인텔 등으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를 구입할 수 없게 되면서 최근 신형 노트북 출시를 취소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인 '메이트X' 출시를 전격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영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의 생산량이 줄면 공급사인 한국의 주요 부품사들도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국내 패널 업체들의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에 각각 리지드(Rigid) OLED와 LCD 패널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2~4분기 화웨이향 리지드 OLED 패널 공급량을 기존 2365만대로 추정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기존 452만대로 예상됐지만 향후 LCD 패널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화웨이향 LCD 패널 공급량은 400~500만대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이라며 "업체들의 화웨이향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 목표치는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각각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을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올 1분기 기준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은 18%로, 22%인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만큼 부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웨이 판매 감소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돼 MLCC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삼성전기는 일부 MLCC 재고 조정의 영향으로 올 들어 실적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MLCC사업이 포함된 컴포넌트솔루션 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836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 감소했다. 스마트폰 등 IT제품 업황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MLCC 수요가 2분기에도 둔화세를 이어가면서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국내 업체들의 화웨이 매출 비중이 높지는 않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 0.3%로 추정된다. 삼성전기도 MLCC의 경우 매출처가 다양하며 LG이노텍은 화웨이 매출 비중이 5%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 ▲ (왼쪽부터)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왼쪽부터)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를 넘어 중국 전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중국 매출 비중이 20% 이상이며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 세트사들의 수요가 줄어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도 등 동남아로 거래처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LG이노텍은 중국 고객사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은 미미하지만, 중국도 미국 제재에 대한 보복성으로 '아이폰 불매' 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애플은 LG이노텍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만큼 수요 감소는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지난해 9.1%에서 올 1분기 7%로 줄어드는 등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이 외에도 미국의 관세 부담으로 자국 수요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대한 관세 부담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 제품은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아이폰 수요 감소가 일부 나타날 것"이라며 "소비자가격 인상에 따른 출하량 감소는 약 4.1% 나타날 것으로 추정되며 급격한 가격 인상의 경우 6.4%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애플은 주요 거래처에 자사 납품용 부품 중 15~30%가량의 해외 이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중국 엑소더스' 행렬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처럼 거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부품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자국 기업은 물론 여러 국가,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것은 분명하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