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새 간장 브랜드 '새미네부엌' 론칭해 넘겼지만 뚜렷한 브랜드 방향성 없어"내놓긴 했지만 아직 방향성 뚜렷하게 설명하기 힘들어"
  • ▲ 샘표 새미네부엌. ⓒ임소현 기자
    ▲ 샘표 새미네부엌. ⓒ임소현 기자

    국내 간장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간장 시장 1위 샘표식품이 새로운 간장 브랜드 '새미네부엌'을 내놨지만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러가지 브랜드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한 샘표는 실적 개선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주 전공인 간장 시장의 규모 축소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장류·조미료 시장 변화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샘표식품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지난해 개별 기준 2691억552만원의 매출 기록, 전년(2564억5891만원) 대비 4.99%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11억7294만원을 기록해 전년(194억8355만원) 대비 8.6% 올랐다.

    지난 1분기에도 전년 동기(644억6642만원) 대비 0.44% 상승한 647억5073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61억4675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31억2787만원) 대비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전체적인 실적은 상승한 것 같이 보이지만 샘표 전체 실적의 5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장류는 국내에서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1인당 연간 간장 섭취량은 2012년 2.4kg에서 2016년 2.32kg으로 줄었다. 국내 간장 소매시장 규모도 2013년 2290억원대에서 2017년 217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샘표식품의 장류 부문 실적 상승은 원재료 하락의 수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샘표 장류의 가장 큰 원재료가 되는 국제 대두 가격(CBOT)은 지난해 중순 불거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수출 수요 위축과 남미 지역 대두 생산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탈지대두, DNS 맥, 대두의 kg 당 가격은 지난해 558원으로, 2016년 690원, 2017년 625원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샘표는 장류 시장의 축소에 대비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연두, 질러, 백년동안, 신작, 폰타나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한 소스와 건강 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간장시장은 소스류시장의 성장, 외식 증가 등으로 인해서 서서히 양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샘표는 시장 변화에 발 맞춰 소용량, 용도별 간장을 선보이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표 측은 소비자의 편의추구 니즈에 부응하는 '샘표 조림 볶음용 맛간장', '샘표 국 찌개용 맛간장' 을 출시하는 한편 2017년부터 국내최초 이중안심밀폐용기를 적용한 '회간장', '우리아이 순한간장', '계란이 맛있어지는 간장' 등 다양한 용도의 제품을 출시하며 리딩 브랜드로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샘표가 최근 내놓은 간장 브랜드 '새미네부엌'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샘표는 지난해 10월, 새로운 간장 브랜드 '새미네부엌'을 선보이고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당시 뚜렷한 홍보나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않았고 인지도 확대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브랜드 론칭 후 해를 넘겼지만 새미네부엌은 여전히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미네부엌은 대형마트 등에서 꾸준히 1000~2000원 수준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보면 대형마트 정가 기준 새미네부엌 진간장은 6190원으로 샘표 진간장(5490원)에 비해 700원 비싸다. 하지만 할인 쿠폰을 받으면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떨어진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새미네부엌은 가격과 특징 등 어느 분야에서도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샘표 관계자는 "아직 새미네부엌 브랜드의 방향성을 잡고 있는 단계로, 정해진 것이 없어서 브랜드에 대해 설명드리기 어렵다"며 "염도를 낮추긴 했지만 저염은 제품 특징 중 하나일 뿐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라고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염도를 기존 간장에 비해 낮추기는 했지만 트렌드에 맞춘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일 뿐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샘표가 브랜드 다각화를 통해 간장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꾀하고 있긴 하지만 '주 전공'이라고 할만한 간장 시장에서의 새로운 전략이 사실상 힘을 얻지 못하면서 향후 장류 시장에 대한 전략이 꼭 모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간장 시장 1위 업체인 샘표는 '발효'라는 노하우를 통해 다양한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고, 시장 내에서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며 "다만 간장 시장에서 시도한 새미네부엌이 애매한 브랜드 위치를 갖고 있어 이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싶고, 나아가 간장 시장에 대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시장 축소에 따른 실적 하락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