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사장 이어 CEO 이석희 사장 일본행반도체 소재 추가 규제 위기감 반영, 대책 마련 '초비상'중국 우시공장 통한 소재 확보 및 D램 우선 생산 등 내부 전략 모색
  • ▲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CEO)이 2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SK하이닉스
    ▲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CEO)이 2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일본의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피했지만 추가적인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소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주 김동섭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이석희 사장(CEO)도 출장길에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중국 우시공장에서 협력하고 있는 소재업체들을 통해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함께 소재를 조달하지 못했을 최악의 상황에 주력 제품인 D램으로 소재를 우선 활용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석희 사장은 지난 21일 오후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사장은 이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 도착, 현지 협력사들을 만나 반도체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에서 사장급 인사가 소재 수급 문제로 일본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6일에는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먼저 일본으로 급파돼 현지 반도체 소재와 원자재 협력사를 방문해 경영진들과 만남을 가졌다.

    SK하이닉스는 김 사장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며 직접 현지 방문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를 시작했을때만 해도 SK하이닉스는 관련 부서 책임자들과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현지 상황파악에 나서는 등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에서 규제 초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출장길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었다.

    특히 일본이 규제하고 있는 품목이 SK하이닉스가 도입 전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사태를 지켜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에는 물론이고 규제가 적용된지 보름이 지난 현 시점에도 메모리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교적 평화로웠던 초기 상황과 다르게 최근 일본이 추가적인 반도체 소재를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SK하이닉스도 더이상 관망만 할 수는 없게 됐다. 현재 규제를 받고 있는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로 쓰이는 불화수소보다는 파급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이 규제로 결정적 타격은 없었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추가적인 규제 품목이 무엇이 될 것인지가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 품목에는 집적회로(IC)와 노광장비, 화학기상증착기(CVD), 이온주입기,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 그 범위가 다양하다. 이 중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와 마찬가지로 일본산 점유율이 60%를 넘어 규제 발효시 공정 상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사장급들의 일본 현지 협력사들과의 협의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대안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의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인 중국 우시공장을 활용해 현지에서 생산돼 공급받은 소재들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우회 수출 형식의 소재 조달길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과 이마저도 일본이 막을 수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예상보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더뎌지고 추가적인 소재 압박이 들어올 경우 'D램 생산 우선주의'를 펼쳐 생산 역량을 한 데 모은다는 전략이다. D램은 SK하이닉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제품이고 최근 낸드플래시의 경우 글로벌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감산 조치에 들어간 상황이라 소재 수급에 있어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무엇보다 D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