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증거인멸죄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 연관성 입증 필요"검찰 "현재 공소장만으로도 분식회계 관련 증거 삭제 입증 충분"재판부, 본류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 어느 정도 지켜볼지 고민중
  •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증거인멸·증거인멸 교사 혐의 관련 정식 재판이 오는 25일 시작된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삼바의 4조 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 사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18일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 인사팀 박모 부사장, 이모 재경팀 부사장, 백모 상무,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삼바 안모 대리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5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번에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오는 25일 정식 재판으로 돌입하기로 했다. 내달 28일에는 결심 공판을 진행해 재판을 종결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 측 변호인들은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증거인멸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자에게만 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검찰 측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자료가 무엇인지 특정하고, 해당 자료들과 삼바 분식회계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피력해 왔다.

    삼성 측 변호인은 "타인의 형사사건이려면 인멸된 증거가 회계부정 사건과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장조했다.

    검찰 측은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본죄 유무죄는 증거인멸죄에 영향이 없다"며 "수사 개시 이전 증거인멸도 당연히 죄가 성립한다"고 맞받아쳤다.

    검찰 측은 "인멸된 증거는 특정이 어려운 특성상 이미 은닉한 경우 특정 정도가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며 "현재 공소장만으로도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를 삭제한 것이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은 회계부정이 승계작업 목적이었다고 전제하는데 일정한 시각에 따른 프레임을 설정해서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이러한 전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검찰이 특정하는 회계처리가 승계작업이나 합병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었다"며 "증거인멸 자료의 관련성을 살펴보면, 회사 내부에 존재하는 게 거의 다 관련성 있다고 볼 수 있어서 관련성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삼성이 지난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실시한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같은해 12월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바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측은 "(에피스 주식 관련 증거 외에) 경영 전반에 대한 사업성, 회사 운영 일반에 관한 부분도 증거인멸이 성립하나, 관련성을 무한정 확대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데 회계처리가 특수하다 보니 경영일반과도 충분히 관련 있다"고 맞섰다. 에피스는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에 어떤 평가방법을 취할지가 상당히 중요한 쟁점이라는 게 검찰 측의 시각이다.

    재판부는 본류라 할 수 있는 삼바 분식회계 사건을 어느 정도까지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와의 관련성 여부는 결국 판단의 문제로 보인다"며 "검찰에서 증거 일부에 대해 특정해 주고 삼성 측은 개별적 사안을 지적해 주면 재판부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삼바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본안에 해당하는 삼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아직 1명도 기소하지 않았지만, 증거인멸 혐의로 김 부사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