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2014년 합의서 공개LG화학, 특허등록 국가,권리 범위 달라… "효력 없어"이창우 변호사 "동일한 특허… 부제소 합의 지켜져야"
  • ▲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지난 2014년 10월 체결한 합의서ⓒ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지난 2014년 10월 체결한 합의서ⓒ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간 분리막 특허 분쟁이 5년전 맺은 합의서 공개로 더욱 확전되는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미국에 제소한 특허는 한국과 같은 특허로 지난 2014년 양사가 맺은 부제소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는 반면 LG화학은 전혀 다른 특허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논란이 가중되면서 양사의 경영진이 직접 서명한 합의서까지 공개됐지만, 오히려 양측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분리막 특허는 이번 배터리 소송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진실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분리막 특허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분리막 특허 분쟁은 지난 8월 LG화학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당사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하면서 불거졌다. 

    배터리 인력유출로 촉발된 법적공방은 분리막 특허소송으로 번졌지만, SK이노베이션이 5년전 양사의 합의문을 공개하며 진실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합의서 공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내용에 포함된 특허 때문이다. 합의서에는 세라믹 코팅 분리막에 관한 제775310호 특허와 관련된 모든 소송 및 분쟁을 종결하고 ▲양사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대상특허와 '관련'해 국내·국외에서 쟁송(재판을 청구하여 서로 다툼) 하지 않으며 ▲합의는 10년간 유효하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분리막 소송을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LG화학은 미국 특허는 특허등록 국가가 다르고 권리범위에 차이가 있는 별개로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 라이선스나 합의에 있어 그 범위를 규정짓는 방법에는 ▲특허번호로 하거나 ▲기술이나 제품으로 특정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당시 합의서는 특허번호를 특정하는 방법에 의해 대상범위가 정해진 것으로 번호가 특정된 특허 외에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하면 같은 특허라고 해도 해외 특허번호가 다르기 때문에 합의서 내용을 지켜야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미국과 한국에서 적용되는 권리범위가 다를 수 있지만 특허의 본질이 다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각국의 특허청에서 인정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특허청구범위는 상이할 수 있지만 동일한 특허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소나타와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나타가 각국의 규제나 도로교통법을 따르기 위해 특정 기능이 다르고 적용된 부품이 다르더라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차량인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동일한 발명에 대한 특허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통상 발명에 대한 '설명'과 '도면'이 같은지에 따라 판단된다. LG화학이 한국 특허청에 2004년 12월 22일 등록한 2개의 특허 우선권 KR 2004-0110400과 KR 2004-0110402가 그것이다.

    우선권이란 발명자가 여러 국가에서 특허출원을 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거리, 시차 등으로 인해 특허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세계 주요 국가 중 어느 한 나라에 우선권을 등록하고나면, 다른 나라에서도 해당 출원일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LG화학은 위 두가지 우선권 특허를 하나로 합쳐 2005년 12월 21일 한국에 출원했다. 이 특허번호가 KR100775310, 즉 KR31이다. 2014년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문에 등장하는 특허번호다. LG화학은 다음날인 2005년 12월 22일 이 특허를 국제특허로도 출원하는데 미국에 해당하는 특허가 US 517이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한 문제의 특허다.

    결정적으로 LG화학은 미국에 'PCT'출원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PCT의 핵심은 기준이 되는 국가 즉, 한국 특허와 '동일한' 내용만을 인정해준다는 점이다. 다른 특허였다면 애당초 미국에서 출원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특허 도면 역시 동일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양국의 특허는 완전히 동일한 도면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전혀' 다른 특허라는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LG화학 말대로 한국 특허와 미국 특허가 다른 특허라면 '국내외'에서 소송하지 않겠다는 특허는 한국 특허 KR310으로만 한정된다. 그런데 한국 특허를 가지고는 해외에서는 소송을 할 일도, 할 수도 없다. 

    국내외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우선권 번호가 같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특허임에도 LG화학은 한국과 미국에서 권리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특허라는 주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법무법인 화우 이창우 변호사는 "합의서에 기재된 부제소 의미는 국내를 비롯해 타 국가에서 동일한 발명에 대해 쟁송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합의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당시 승소로 국내에서는 특허분쟁이 다시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며 "특허독립을 주장하며 제소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것은 모순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 ▲ 주요 도면 비교 예시ⓒSK이노베이션
    ▲ 주요 도면 비교 예시ⓒ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