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특례할인 폐지" 하루만에 산업장관 "부적절"S&P, 한전 신용등급 'BBB→BBB-' 하향전문가들 "탈원전·한전공대 설립 당장 그만둬야"
  • ▲ 사진은 이달 11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연합뉴스
    ▲ 사진은 이달 11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연합뉴스
    탈원전과 한전공대를 둘러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31일 한전 등에 따르면 김종갑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면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정책으로 도입된 주택용 절전 할인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할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을 약 1조1000억원대의 각종 전기요금 할인을 전부 없애 국민들에게 비용을 떠넘기겠다는 폭탄선언이었다.

    한전사장, '1조원 넘는 전기요금 할인' 전부 없앤다 폭탄 선언

    한전사장의 깜짝 통보는 한전의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사전에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날인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기요금 할인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바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양대 기관의 힘대결은 쉽게 결론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김종갑 한전사장은 작심한 듯이 "복지와 산업정책은 재정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면서 "요금 할인보다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소득 보조 형태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정책을 훈계하듯 비판했기 때문이다.
  • ▲ 사진은 한전공대 한전공대가 들어설 부영CC 일원. 근처가 전부 논밭뿐인 허허벌판이다.ⓒ연합뉴스
    ▲ 사진은 한전공대 한전공대가 들어설 부영CC 일원. 근처가 전부 논밭뿐인 허허벌판이다.ⓒ연합뉴스
    산업부도 불쾌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도 한전이 적자 누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기차 충전 할인 등 정부정책에 의해 결정한 요금 할인을 갑자기 없애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종갑 한전사장의 입장은 정부와 협의된 사안은 아니고 전기 요금체계 개편 안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한전, 탈원전으로 누적적자 감당못해 신용등급까지 하락 

    김종갑 한전 사장의 이같은 거침없는 행보는 한전의 재정사정이 매우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따라가다가 올 상반기에만 928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한전의 상반기 기준 부채는 122조8995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 두달전 개교를 목표로 밀어붙이는 한전공대는 2031년까지 투자 및 운영에 약 1조611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설립비용은 6210억원에 달하며, 운영비는 매년 641억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운영비는 교직원 보수가 305억원(47.6%)로 가장 많았고, 연구학생경비 252억원(39.3%), 관리운영비 84억원(13.1%) 순이다.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런 운영비도 한전 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빠져나가야 한다.

    이같은 한전의 상황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직결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전력의 자체 신용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춰버렸다. 

    해외 투자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촉발된 한전의 적자폭 증가를 심각한 경영 위기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BBB-는 투자 적격 등급 10개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 ▲ 사진은 한전공대 한전공대가 들어설 부영CC 일원. 근처가 전부 논밭뿐인 허허벌판이다.ⓒ연합뉴스
    한전은 국내증시 뿐만 아니라 뉴욕 증시에도 상장된 기업이라서 글로벌 투자자의 가치평가는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자가 급증하는 한전의 신용등급 하락은 해외자금을 조달할 때 엄청난 금리 압박으로 돌아오게 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나 한전공대 설립같은 인기 영합적 대선 공약을 엄밀한 재평가 없이 정책화해 추진하는 결과는 곧바로 국민들의 전기료 인상 등 국민전체에 대한 해악으로 다가온다고 경고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발전원가가 싼 원전 비중은 줄어들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계속 늘어 나니 한전이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전기료를 올릴 수 밖에 없는데 그 첫 조치로 누진제 할인 같은 할인을 폐지해서 1조원이상 수익개선을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한규 교수는 "그런 와중에 수조원 들여 새로운 공대를 만든다고 억지를 부린다. 지금 우리나라에 훌륭한 공대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이미 과학기술 특화 대학들이 전국에 여럿있고 현재 배출되는 우수 인력들을 소화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