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충당 '낙관적', 병력확충 가능성 '부정적'경제효과 적지 않아 단계적 모병제 전환도 대안
  •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꺼내든 모병제 카드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섣부른 입장을 내놓기 보다 여론 살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조차 "정책연구기관 연구자의 개인 의견"이라며 "당 차원에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심성 공약 혹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 속에도 국민들의 눈이 쏠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슈다. 병역과 직접 연관있는 2030세대는 물론 병역대상자이거나 미래의 병역대상자를 자녀로 두고 있는 4050세대까지도 상당히 예민한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민주연구원이 "2025년부터는 징병제를 유지해도 계획한 군병력(사병 30만명)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처럼 공론화 과정은 근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인식한 정치권은 물론 정부 부처에서도 내부 검토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 * 막대한 예산, 충당 가능?

    당장 예상되는 고민은 '모병한 병사 월급을 국가 예산으로 충당가능한가'이다.

    올해 말 기준으로 국군 상비병력은 57만9천명이다. 이중 사병만 40만1천여명인데, 이들에게 월 200만원씩 월급을 지급한다 가정하면 연간 9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현행 징병제에서 사병 1명에게 들어가는 급여·급식·피복 등 전력 유지비는 연간 500만원 수준, 총 1조8천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여기에 주거비나 교육훈련비 등도 고려해야 하며 정부가 내놓은 2023년 사병 30만명 규모까지 병력을 축소하는 것도 대입해야 한다.

    부처마다 혹은 연구기관마다 추정한 수치는 다르지만, 30만 사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연간 대략 7조원에서 8조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한국혁신학회지에서 발표한 보고서 '한국군 병역 제도의 모병제로의 전환 가능성 연구'에 따르면 2030년 육군 병력 23만2,200명을 100%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추가 소요되는 예산은 5조8,437억원 가량이다. 사병 1인당 월급여 305만원, 연봉 3,660만원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다.

    당시 보고서는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2030년에는 모병제 전환이 경제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내부적으로도 월급 200만원 기준으로 병사를 모병할 경우 매달 6천억원, 연간 7조2천억원 가량의 재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 국회의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군병력 운용계획에 따라 50만 병력(사병 30만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10조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제적으로는 충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예산만 가지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 * 월급 200만원에 30만명 군대 갈까

    경제적으로는 모병제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사병 수가 30만으로 줄어드는 2023년 병역자원으로 구분되는 19세에서 21세 사이 남성 인구는 76만8천여명이다. 불과 4년만에 올해 100만4천여명보다 24만4천여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병역자원은 해마다 점점 더 줄어들어 2030년에는 69만8천여명으로 70만명 선도 무너질 전망이다.

    문제는 부족한 병역자원에서 모병제를 실시한다고 얼마나 많은 병력이 모일 수 있겠느냐다. 모병제를 통해 복무기간을 대폭 늘린다고 해도 쉽지 않다. 최근 10년간 병역자원 대비 복무인원 비율은 37.9%. 보수적으로 잡아도 전체 병역자원의 10% 이상이 모병에 응해야 겨우 병력규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0세 남성 10명중 1명이 군대에 지원하게 하려면 급여수준은 어느정도 돼야 할까. 한국혁신학회지가 산출한 연봉 3천660만원 수준으로도 상당히 비관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모병제를 실시하는 상당수 나라는 최근 지원하는 장병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징병제 고민에 빠져있다. 징병제를 시행하는 러시아와 중국은 반대로 모병제로 인원을 충원하는 실정이다.

    한국당은 "모병제를 실시하면 결국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만 군대를 가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모병제 경제효과 적지 않아… 첨단기술 도입 통한 단계적 전환 논의 필요

    정리하면 모병제 도입을 위한 예산 충당은 어느정도 현실성이 있다 하더라도, 인구절벽을 맞은 현시점에서 실질적인 병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과감한 첨단기술 투자로 필요 군 전력을 현행 30만명 내외에서 20만명 이하로 줄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화부대 중심 전략기동군단이나 드론과 로봇 등을 활용한 전투시스템 도입도 고려된다.

    징병제를 유지하면서도 단계적인 모병제 전환도 대안이다. 자원입대 병력을 구성함으로써 군 사기가 개선되고 인권수준도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민주연구원이 제시한 징병제로 인한 기회비용은 연간 11조5천억원에서 15조7천억원에 이른다. 20대 청년이 군 복무로 인한 학업 및 경력 단절 등 사회적 비용들이다.

    이용민 연구위원은 "연봉을 낮게 적용해도 군 복무로 인해 1인당 4천125만원에서 4천714만에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병력 감축이나 군 복무기간 단축을 통한 경제효과도 작지 않다. KDI는 군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할 경우 4조6천억원에서 9조3천억원 가량의 경제효과가 창출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