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변동 속도… 'KT-SKT-LGU+' 3강 체제 구축KT 합산규제 발목, 딜라이브 인수 세부계획도 못 꾸려국회 파행, 과방위 법안소위 깜깜무소식… "조속한 논의 이뤄져야"
  • 국내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 업계의 인수합병(M&A)이 9부 능선을 넘으면서 당국의 승인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1년째 표류하고 있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이하 합산규제)'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홀로 남겨질 위기에 처한 KT를 비롯한 군소 케이블 사업자들은 해당 이슈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 방송·통신 M&A 시대,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발 묶인 KT

    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에 대해 각각 조건부 승인을 내리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이통사 위주의 '3강 체제(SK텔레콤-KT-LG유플)'로 재편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각각 24.5%, 23.9%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1%로 독보적인 위치에 군림하던 KT '1강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 것.  

    이처럼 이통사들이 케이블TV와 합종연횡을 펼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KT는 기약없이 늘어지는 합산규제만 바라보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을 합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3%)'을 넘길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지난해 6월 일몰된 법안이지만, 합산규제 연장 및 재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논의만 1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KT는 일찌감치 유료방송 점유율 6.3%인 딜라이브 인수에 뜻을 내비쳤지만, 관련된 세부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은 37%에 달해 합산규제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KT와 협상하던 딜라이브 채권단이 채무 만기를 3년 연장하며 시간을 벌며 한숨을 돌렸지만, 황창규 회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시간은 촉박한 상황이다. 

    KT가 자구책으로 마련한 'IPTV 서비스 혁신 전략'도 글로벌 경쟁사들의 유료방송 M&A로 인한 외형 확대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몰된 합산규제에 발목이 묶인 KT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합산규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논의 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가 진전 없이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군소 케이블업체들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국회 과방위 '개점휴업' 언제까지...'규제 완화로 경쟁 활성화되야"

    유료방송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까지 합산규제에 대한 부처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요금 신고제 등 규제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방통위는 유료방송 요금 인가제를 통한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치해 왔다.

    하지만 11월 들어 양 부처는 부처간 차관급 정책 협의체를 구성하고, 합산규제 개선 방안에 극적 합의했다. 이들은 ▲ 유료방송 다양성 제고 ▲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시 사전 동의 ▲ 이용 요금 승인 대상 지정 ▲ 위성 방송 공적 책임 강화 ▲ 영업 보고서 검증 등에 의견을 통일했다.

    주무부처의 합의로 합산규제 개선안은 1년 만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였지만, 국회라는 장벽에 바로 부딪혔다. 해당 안건을 심의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소위가 잇따른 파행으로 개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다.

    과방위는 지난 7월 15일 이후 현재까지 법안소위를 단 한 차례 개최했으며 다음 법안소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내달 막을 내리는 상황에서 연내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합산규제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사업 전략과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당장 내년부터 유료방송 M&A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후속 방안을 시급히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해외 주요 국가가 유료방송 점유율 제한에 적극 나서는 만큼, 정부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경우 현재 글로벌 흐름을 고려할 때 크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료방송 시장이 국가 간의 글로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의 독과점을 막아놓는 합산규제는 너무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