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법인 설립해 부지 구입, 2020년 완공 목표 누적된 실적악화 여파로 분석아모레퍼시픽, 전략적 차원서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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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이 아세안 지역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설립하려 했던 말레이시아 생산공장 설립을 '재검토'한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완화에도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무리한 사업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말레이시아 조호르 주에 위치한 누사자야 산업지역에 설립하려고 했던 생산기지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28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이 2016년부터 계획했던 말레이시아 누사자야 생산기지는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부지 매입을 진행했었다. 누사자야 산업지역은 싱가포르와의 접근성이 좋고,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도 인접해 있어 동서무역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특히 새로운 생산기지 확충을 통해 점차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아세안 시장에서의 성장세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본격 도약한다는 계획으로 진행됐다. 그간 국내에서 화장품을 생산해 수출해왔다. 이를 통해 핵심 시장인 아세안에서 오는 2023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지 매입 후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생산기지 건설은 잠정 중단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생산기지 설립을 위해 2020년까지 11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힌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생산 거점의 필요성을 인식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기지 건설 계획했으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 맞춰 기존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생산 거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으며 향후 새로운 계획이 확정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초 프랑스 사르트르 소재 향수 공장 디올 자회사 크라스챤디올퍼퓸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 공장은 유럽법인의 핵심 자회사로, 아모레퍼시픽 유럽법인 매출 대부분을 책임져 왔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생산공장은 중국 상하이 한곳만 남게 됐다.

    국내에서도 인프라 투자 보류가 이뤄졌다. 지난 2017년 3월 용인 뷰티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경기도 및 용인시와 체결했던 투자업무협약(MOU)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용인시에 들어설 1630억원 규모의 뷰티산업단지 투자 계획을 전면 철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사드로 시작된 각종 중국발 악재에 따른 실적 악화로 해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은 2016년 6조6976억원에서 2017년 6조291억원, 지난해 6조78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조828억원에서 2017년 7315억원, 지난해 5495억원으로 떨어졌다. 2016년 최대 실적을 낸 이래 성장이 뒷걸음질 하면서 위기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생산기지 재검토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현금을 보유한 상태라면 미래 투자를 위해서 지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지역 부지나 인허가 이슈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적 악화로 인한 요인이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