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부터 '게임질병코드 등재'까지게임산업 위기 불구 정부 '친(親) 게임' 행보 속도박양우 장관 "정부, 든든한 동반자 될 것"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스웨덴 스톡홀롬 에릭슨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머너즈 워'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스웨덴 스톡홀롬 에릭슨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머너즈 워'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청와대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김정주 NXC 대표)

    올해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넥슨 매각 사태'다. 연초 갑작스럽게 불거진 매각 이슈로 관련업계에선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 매각에 따른 게임업계 경쟁력 약화와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에 국내 기업인 카카오와 넷마블은 적극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며 해외 인수 후보자들과 전면전에 돌입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김정주 NXC 대표의 넥슨 매각 시도는 불발됐지만, 업계에선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와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오늘 이 자리는 게임문화와 게임산업에 대한 장례를 치르는 날이다"(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지난 5월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면서 전 세계 게임업계는 한 목소리로 강한 비판에 나섰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시 최대 11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비롯해 게임산업의 경쟁력 상실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업계와 학회, 협회 등이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한국게임학회는 즉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장례식 콘셉트로 진행된 출범식에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오늘 이 자리는 게임문화와 게임산업에 대한 장례를 치르는 날"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꽃인 게임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회한과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e스포츠가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가상공간에서 만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e스포츠의 장점이라 생각한다"(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올해 게임산업에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해 경기를 관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북유럽 순방 중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직접 단상에 올라 선수들을 격려했다. 현 정부가 출범 당시 내세운 친(親) 게임 정책과 관련해 그간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의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한 번 높이는 계기가 됐다.
  •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역삼동 더라움에서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역삼동 더라움에서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다"(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7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리니지' IP(지식재산권)의 저력을 과시했다. 엔씨소프트가 2년 만에 선보인 '리니지2M'은 출시 수년 전부터 이용자들의 기대작으로 꼽혀온 모바일 게임이다. 사전예약자 수는 국내 최다 기록인 738만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출시한 '리니지M'에 이은 두 번째 'M' 타이틀로 출시 4일 만에 전작을 제치고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상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은 게임산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 아닌 자체적인 사업다각화를 위한 것"(권영식 넷마블 대표)

    국내 3대 게임사인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 계획은 게임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 의문을 낳았다. 2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매물인데다 비(非)게임분야인 만큼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복안에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선 올 초 김정주 NXC 대표의 넥슨 매각 시도를 근거로 게임산업의 한계 및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지목해왔다. 이에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달 웅진코웨이 인수 관련 컨퍼런스콜을 통해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은 자체적인 사업다각화를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게임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동네 오락실 세대적 과거의 잣대로 후세대 미래에 신나 뿌려대지 말길 바란다"(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게임업계를 향한 정치권의 차갑고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다. 지난 10월 열린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해 게임업계의 혼란을 야기했다. 이는 모바일 게임의 셧다운제 도입 필요성과 관련한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한 것으로, 당시 정부가 밝힌 셧다운제 단계적 개선 추진 계획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네 오락실 세대적 과거의 잣대로 후세대 미래에 신나를 뿌려대지 말길 바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게임 창작자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하길 바란다. 정부가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직을 맡은 박양우 장관은 국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게임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게임산업 진흥 정책 마련에 소극적 태도를 취해온 것과 달리, 'PC온라인 월 결제한도 폐지' 및 '비영리게임 등급분류 면제' 등을 최종 확정하며 친(親) 게임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에 문체부 장관으로는 4년 만에 참석해 업계 종사자들을 격려했다. 당시 박 장관은 "게임산업은 해마다 9.8%의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만 64억 달러의 수출을 이뤄낸 고성장 수출산업"이라며 "정부는 창작자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