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페트병 소재 재활용 어려워… 투명색으로 하거나 퇴출되거나와인·위스키병 개선 불가… 수입주류 업체 90% 환경부담금 내야업계 "사전 논의 충분히 되지 않아 아쉬워"… 가격인상 우려도
  • ▲ 오는 12월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친환경 시대에 맞춘 자연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장 상황에 따른 적용 기간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특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나섰다.
ⓒ뉴데일리DB
    ▲ 오는 12월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친환경 시대에 맞춘 자연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장 상황에 따른 적용 기간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특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나섰다. ⓒ뉴데일리DB
    오는 12월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친환경 시대에 맞춘 자연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장 상황에 따른 적용 기간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특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12월 25일부터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 사용을 중단하고, 라벨도 쉽게 떨어지는 분리성 접착제로 변경해야 한다. 제품별로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로 분류한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 환경부담금을 가산한다. 

    주류업계는 가장 먼저 소주를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하고 나섰다. 롯데주류는 소주 ‘처음처럼’ 페트병을 기존 녹색에서 무색으로 교체해 판매 중이며, 하이트진로 역시 ‘참이슬’ 페트병을 투명하게 바꿔 유통을 시작했다. 제주소주 ‘푸른밤’도 투명 페트병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가 소주 페트병을 기존의 녹색에서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하는 상황이다. 25일까지는 모든 회사들이 무색 페트병으로의 전환을 마칠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맥주 페트병이다. 3중막 복합재질로 나일론과 페트(PET)가 혼합돼 있어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맥주가 직사광선에 닿을 시 신선도나 성분, 품질이 변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그동안 업계는 갈색 페트병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맥주 페트병은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대신 연말까지 퇴출 계획을 마련하기로 올해 4월 합의한 상황이다.

    페트병은 국내 맥주 판매량의 16%를 차지한다. 해외에선 맥주를 병과 캔으로만 팔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다. 환경부는 페트병을 투명한 색으로 바꿀 경우 신선도나 성분이 얼마나 변하는지, 어느 정도 기한이면 유통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결과는 12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업계 입장에선 페트병의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갈색 페트병은 업계에서 사라지는 거나 다름없다. 결국, 생산을 중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공병 제조업체들도 대체품 개발에 한참이다. 유리병 제조기업 테크팩솔루션은 맥주 페트병을 대체할 만한 대용량 초경량 유리병을 최근 개발했다고 밝혔다. 1ℓ의 대용량 제품이면서도 같은 용량 기준으로 일반 유리병보다 43%나 가볍다. 강도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류업계들이 접촉하는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계약을 하거나 얘기가 오간 업체는 없다. 기존 갈색 페트병 대비 생산단가는 올라가겠지만, 일반 유리병 대비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 ▲ 더 큰 문제는 수입해 들여오는 와인, 위스키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생산·유통되는 수입 주류의 경우 국내 규격에 맞는 용기 제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 더 큰 문제는 수입해 들여오는 와인, 위스키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생산·유통되는 수입 주류의 경우 국내 규격에 맞는 용기 제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더 큰 문제는 수입해 들여오는 와인, 위스키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생산·유통되는 수입 주류의 경우 국내 규격에 맞는 용기 제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와인의 경우 산화와 변질을 막기 위해 직사광선이 투과히지 않도록 짙은 색상의 병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병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괴리감이 크다. 현재 와인 한 병에 대한 환경부담금이 병당 7원이다. 환경부담금 최대 적용이 30%니까, 병당 10원 내외로 세금을 더 내는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위스키의 경우 위조 방지를 위해 이중 캡과 홀로그램 라벨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용기 변경이 더욱 어렵다. 업계는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한국 재활용 업체의 재활용 용이성에 초점을 맞춰 동일한 개정안을 적용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나섰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속가능한 순환구조’를 내세우고 있다. 재활용품에 대한 대체품들은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다. 자원 재활용이라는 취지는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공청회 등 사전 논의 없이 획일화된 가이드라인을 만든 점은 아쉽다. 한국의 재활용 시스템보다 제조사에 초점을 둔 개정안에 아쉬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수입주류협회는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동시에 유색 병 규제 반대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다. 국내에 주류를 수출하는 칠레, 호주 등도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상기술장벽협정(TBT)에 한국 정부의 규제가 무역장벽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입 주류업체의 90% 이상이 하위 등급을 받을 것이다. 한국 시장에 맞춰 새로운 병을 만들면, 제조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