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합병 사전동의 돌입공익성, 고용 안정 심사기준 강화… 이르면 이달 마무리KT, 합산규제 논의 지연 경쟁력 약화 '속앓이'… "구현모號 시험대 될 듯"
  • 방송통신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건에 대한 사전동의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그간 신속히 심사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온 만큼 이르면 이달 중 최종 심사 결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통위의 긍정적 심사 결과가 점쳐지면서 양사의 합병이 무리 없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료방송 합산규제로 M&A(인수합병)에 발목이 잡힌 KT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티브로드·티브로드동대문방송 변경허가 사전동의 심사계획'을 의결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심사위원회는 합숙을 통해 심사를 진행한 후 사전동의 여부, 사전동의 조건 등을 반영한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하게 된다.

    심사위원회는 양사의 합병 건에 대해 ▲방송서비스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시청자(이용자) 권익보호 가능성 ▲합병법인 및 최대주주의 공적책임 이행 가능성 ▲콘텐츠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지역채널 운영 계획의 적정성 등 9개 항목을 심사한다. 

    방통위는 이번 사전동의와 관련해 공익성과 고용 안정성에 대한 심사 배점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티브로드 노조를 비롯해 티브로드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모회사인 SK텔레콤에 합병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문제 해소 방안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이날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방송·통신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방송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이 바뀌는 부분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가 숙제가 될 것"이라며 "방통위는 방송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기관으로 과기정통부의 심사와는 다르게 살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시장 내 많은 비정규직이 고용불안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며 "이 부분도 사전동의 심사에서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선 방통위가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데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가급적 관철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점에 비춰 양사의 합병이 큰 변수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유료방송 M&A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여전히 유료방송 합산규제로 인해 속앓이를 이어가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지난해 11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사후 대책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논의할 법안소위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KT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약 31.31%로 가장 높지만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CJ헬로 인수, 티브로드 합병을 통해 단숨에 2위(24.72%), 3위(24.03%)로 올라서게 되면서 경쟁력 약화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오는 4월 총선 이후 21대 국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재도입에 대한 회사 안팎의 우려도 높은 상태다. 

    일각에선 오는 3월 CEO 등극을 앞둔 구현모 KT 사장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유료방송 M&A를 지목하는 등 취임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에서 유료방송 M&A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건도 더 이상 지연 없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KT의 경우 지지부진한 합산규제 논의로 유료방송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관련 현안의 해결이 차기 CEO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