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현지 공장 가동 및 사업 불안감 증폭비상대책반 통해 대응방안 마련, 수행주재원 철수 및 공장 가동 차질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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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에 기대감을 내비치던 재계가 복병을 만났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등장으로 우리 경제에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2002년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사스(SARS)에 비해 전파 속도도 빠르고 이렇다 할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어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는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 공장 가동 및 사업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폐렴은 주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우한폐렴으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는 106명을 기록했으며 중국 전역의 확진 환자도 45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고려해 춘절 연휴를 연장하고, 사실상 여행 금지령까지 내린 상태다.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이 과거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사스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사람 간 전염 능력도 비교적 강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중국내에서는 확진자수가 당국의 발표를 넘어서 우한 지역에서만 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염병은 오는 4월께 절정에 달하며 세계 곳곳으로 크게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자칫 상황이 악화될 경우 현지 시장에서 철수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데다 글로벌 경제 악화 지속으로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재계는 우한을 비롯한 중국 현지 법인의 주재원들을 속속 철수시키고 있으며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중국에서 가동중인 설비 운영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한에서 석유화학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현지 주재원 10여 명을 모두 귀국시키고 우한 출장 금지령을 내렸다. 출장이 필요할 경우 시급성을 감안해 임원 승인 후 진행토록 하고 있다. 출장 중에는 개인컨디션을 일일히 보고하는 등의 조치 취하고 있다. 

    다만 공장은 인력을 최소화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화학공장 특성상 소수 인력만으로도 컨트롤이 가능해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SK서린빌딩에서는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체온을 모니터링하는 등 예방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인력에 대해서는 이미 소독, 마스크 지급 등 조치는 진행중에 있다"며 "현지 구내식당도 위험할 수 있어 도시락으로 지급하는 등 사람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고 안정화시기까지 일상회의 및 단체활동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한 지역과는 다소 떨어진 곳에서 사업장을 두고 있는 다른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 계열사들도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지원들에 지침을 내린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지 공장은 차질없이 운영 중이지만 임직원 건강과 생산시설 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톈진, 시안, 쑤저우에 반도체 및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장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지켜보는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및 중국 사업장별 대응방안을 수립해 운영 중이다. 우선 중국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달 중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위험단계별 대응방안을 수립, 실행 중이다.  

    구성원들 대상으로는 마스크 지급 및 예방방법, 준수사항을 공지하고 소독제 비치 및 방역활동 등이며 사업장을 출입하는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체온측정 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서는 감염병 예방 행동 수칙을 전사게시판에 공지하고 구성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후베이성 지역 출장은 금지하고 있으며 그외 중국 지역은 출장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만 내부 신고 및 허가를 득해 부속의원 방문해 위생기준과 마스크를 수령토록 했다. 지난 27일에는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최근 14일 이내 중국 방문 구성원의 경우 증상 있을시 출근을 자제하는 대신 팀장 및 부속의원에 신고하고 무증상시도 팀장에게 신고는 하되 마스크 등을 착용후 근무할 것을 공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충칭 공장은 우한과는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다"며 "아직까지 철수나 생산중단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도 28일부터 직원들의 중국 출장을 금지했다. 현재 출장 중인 직원에게는 신속한 복귀를 지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출장자들은 복귀 등 조치하고 있으며 예방행동 수칙 및 대응 체계를 안내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켜봐야 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글로벌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잇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신속한 방역조치를 위한 예산 지원 방안 ▲실물경제 파급 영향 최소화 방안 ▲대내외 금융시장 파급영향 및 변동성 점검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208억원의 방역대응 예산을 집행하고 재외국민을 위한 전세기 파견에 1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