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 주재원 전원 철수 조치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출장 '금지-자재' 확대
  • ▲ 부산 김해공장 입국장. ⓒ연합뉴스
    ▲ 부산 김해공장 입국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이 확산함에 따라 국내 정유·석유화학기업들도 일제히 TF 등을 통해 비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공장이 있는 SK종합화학은 이미 주재 직원들을 한국으로 철수시켰고, 중국 다른 지역에 직원이 있는 기업들도 속속 주재원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복귀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출장금지·자제령은 더욱 확대했다.

    29일 SK종합화학에 따르면 우한 공장에 파견된 행정, 재무 담당 주재원 10여명은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하기 전 모두 철수했다. 귀국한 주재원은 입국 후 2주 동안 출근하지 않고 건강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장은 현지 인력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공장은 정상 가동하되 출근인원을 최소화하고 재택근무를 유도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SHE(안전·보건·환경) 본부에서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SK종합화학 측은 "장치산업이고 주로 조정실에 많아야 15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며 "설비보수와 전기 담당 등 인력도 조정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발열 관리만 잘 되면 큰 문제는 없다. 당분간 공장 가동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공장의 경우 가동을 중단하려면 천천히 생산을 줄여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가동할 때도 보수를 해야 하는 만큼 가동 중단은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한 공장에서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이 합작한 중한석화(中韓石化)가 우한의 정유설비를 인수해 가동하고 있다.

    삼성SDI도 우한 폐렴 대응 TF를 구성해 임직원들에게 지침을 제시했다. 전날부터 중국 출장, 여행, 방문 등을 자제하도록 공지했으며 현지 사업장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설치 및 체온 모니터링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기숙사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도 격일 단위로 강화했다.

    LG화학의 경우 중국 출장을 금지했다. 부득이하게 출장을 가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출장 승인절차를 강화한다. 현재 중국에 가 있는 출장자는 최대한 빨리 복귀하도록 했다.

    태양광·석유화학 등 중국 관련 사업이 많은 한화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 중국 내 인원은 발병 지역 이동을 자제시키고, 증상 유무를 개별적으로 전수 확인하는 한편, 의심 증상이 있는 직원은 진단 확정 때까지 재택 근무하도록 했다.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큐셀, 첨단소재 부문이 중국 내 생산 공장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 전 지역 출장자제령을 내리고, 중국 현지에서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운영한다. 중국 주재원과 가족에 대해서는 현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아시아권 국가 출장도 지양하라고 안내했으며 국내에서는 전 사업장에서 임직원들의 체온을 매일 측정하는 등 예방을 강화했다.

    롯데정밀화학은 1~4단계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1단계로 임직원 및 파트너사 직원 체온측정 등 증상 모니터링, 출입구 방문자 열화상 측정,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청결관리 등 일반 행동수칙을 안내하고 회식 모임 등을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다. 또 업무상 중국인을 접촉할 경우 사내 건강관리실로 통보하도록 했고, 마스크 등도 보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석유 수요의 14%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생산 차질은 물론, 미중 무역 분쟁에 이어 '우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은 '이중고'를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중국 중심의 석유화학 공장 증설 시기를 늦춰 과잉공급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글로벌 경기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매출 영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오후 9시 기준 티베트를 제외한 본토 30개성급 행정구역에서 4629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106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전날보다 1885명 늘었고, 사망자는 26명 증가했다. 중국 내 의심환자는 6973명, 중증 환자는 976명으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 비상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상황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주요 경제단체들에게 업무 지속계획 수립을 주문하는 한편, 주재원 귀국조치나 출장금지 등 기업들이 시행 중인 대응방안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