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산·교보악사자산 중소 운용사 조직개편 통해 도약 준비KB증권·하나금투 증권사들도 조직신설하며 관련 사업 역량 강화 돌입"후발주자, 차별화된 상품 등 경쟁력 확보 통해 시장 넓혀야"
  • 정부의 퇴직연금제도 개선 전망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기관투자자들의 아웃소싱) 시장에 중소 자산운용사는 물론 대형 증권사들까지 잇따라 도전장을 내걸며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사모펀드 시장이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이익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수익원으로 OCIO 시장에 진출 준비를 본격화하는 금투사들이 늘고 있다.

    OCIO는 장기 투자자금을 가진 기관투자자가 제3의 자산운용사 또는 자문사에게 투자 업무를 위임하는 것으로, 현재 국내 OCIO 시장 규모는 주택도시기금 40조원, 고용·산재보험기금 28조원, 연기금투자풀 20조원 등 1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10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별로 주체사를 선정할 때 그간 운용 이력, 인력풀, 수탁고 규모 등 기준 진입장벽으로 인해 그동안 OCIO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에 집중돼 있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에서 중소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한 모습이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 29일 올해 비지니스 확장의 주요 키워드로 '퇴직연금 시장'을 꼽고, 이 일환으로 OCIO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산운용은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솔루션팀을 신설하고 2~3월 내 신규 인력을 충원할 예정으로, 아직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그동안 대체투자에 차별점을 보여왔던 점에서 OCIO 운용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도 대체투자 영역이다.

    그간 각자 대표체제였던 현대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경영관리 부문 대표를 역임, 기금관리 전문에 강점을 둔 장부연 단독 대표체제로 지난 연말 전환하면서 OCIO 사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에 뛰어든 중소형사로서 그간 사업적 강점이 있는 대체투자 분야와 OCIO 분야의 시너지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기관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OCIO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섰다.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에 힘을 실기 위해 팀 단위였던 TDF와 멀티에셋 운용조직을 따로 떼어내 새로운 본부를 만들었다. 전담 조직을 구성하기보다는 멀티에셋운용본부를 통해 OCIO 사업 진출을 염두한 구상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에 뒤이어 일찌감치 관련 조직을 꾸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은 올해 OCIO 사업에 공을 들이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화자산운용은 해외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으로, 컨설팅업체인 윌셔 어소시에이트와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등 차별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도 OCIO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팀을 꾸리며 대응하고 있다. 이미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은 전략적으로 팀을 꾸리고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잇으며,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OCIO 조직을 신설했다.

    KB증권은 자산관리(WM) 부문을 총괄하는 박정림 대표 산하, 신탁과 랩·OCIO 등 투자일임 상품을 전담하는 직속 독립본부인 '투자솔루션센터'를 신설했다. 센터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OCIO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에 나선다.

    하나금융투자는 IB그룹 확대 개편에 더해 OCIO를 비롯한 연금전략 실행과 협업을 강화하고자 '연금신탁그룹'을 신설, 기존 4그룹을 6그룹으로 확대했다. 연금신탁그룹의 그룹장은 KEB하나은행 연금신탁그룹장이 겸직해 연금신탁 부문의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제도상 퇴직연금시장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OCIO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면서 "향후 2~3년까지는 서로가 눈치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선두업체들이 자리잡은 시장에서 새롭게 뛰어드는 업체들로서는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투자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