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올 차별화 전략 관심 집중하현회 부회장 '5G 1위', 박정호 사장 '초협력', 구현모 사장 '조직 정비'
  • ▲ (왼쪽부터)박정호 SKT 사장, 구현모 KT 사장, 하현회 LGU+ 부회장 ⓒ뉴데일리DB
    ▲ (왼쪽부터)박정호 SKT 사장, 구현모 KT 사장, 하현회 LGU+ 부회장 ⓒ뉴데일리DB
    2020년 경자년을 맞이한 가운데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LG헬로비전(구 CJ헬로)의 인수를 성사시키고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를 크게 늘리면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비(非) 통신 분야의 외연 확장에는 선방했지만,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으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KT는 조직 쇄신과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거대한 파고속에서 이통 3사 CEO들이 어떤 생존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 하현회 LG유플 부회장 "5G 1위, 미디어 융합으로 디지털혁신 선도할 것"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올해 첫 임원워크숍에서 자사의 비전을 '통신과 미디어 플랫폼 혁신을 통한 선도'로 꼽았다. 5G 통신 부문에서 1등을 달성하고, LG헬로비전과의 융합을 통한 디지털혁신을 이루겠다는 것.

    LG유플러스의 지난해 5G 시장 점유율은 24.94%로 업계 2위인 KT(30.40%)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1440억원대로 추정되면서 이통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의 기대치를 웃돈다. 이에 하 부회장은 '통신업계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단계로 5년간 5G 혁신형 콘텐츠 개발에 2조 6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로드맵을 구성했다. 실감형 콘텐츠에 이어 통신·방송 콘텐츠 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는 ▲AR, VR 등 5G 혁신형 콘텐츠 발굴·육성 ▲통신방송 융복합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및 관련 기술 개발 ▲케이블 서비스 품질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투자할 계획이다.

    자체 발굴·제작한 콘텐츠, 프로그램을 자사 OTT인 'U+모바일TV'에 공급해 경쟁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825만 유료방송 가입자 기반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미디어 사업자들과 제휴도 꾀하고 있다. 하 부회장이 천명한 '2020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LG유플러스의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초협력' 올인..."탈 통신으로 종합 ICT 회사 도약"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종합 ICT 회사'를 목표로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의 전방위적인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밝힌 주요 기업들과의 '초(超)협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는 박 사장이 3년 동안 SK텔레콤을 이끌면서 수 차례 강조했던 '탈(脫) 통신'의 일환이다. SK텔레콤은 ADT캡스, SK인포섹 등의 굵직굵직한 사업체 인수 작업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카카오와의 동맹을 통해 보안·미디어·커머스 등 비통신 전 분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글로벌 기업과 합작회사 설립, 파트너십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클라우드 게임 공동사업을 추진 ▲도이치텔레콤과 테크(Tech) 합작회사 설립 ▲일본 제4 이통사 라쿠텐 5G 기술 수출 ▲페이스북과 VR 생태계 확장 협력 ▲AWS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사업 파트너 ▲미국 싱클레어 방송국에 ATSC3.0 장비 공급 등이다.

    다만 SK텔레콤의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2759억원)을 밑도는 235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통신 분야 1위 자리에 대한 불안한 기류도 감지된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도 해를 넘기면서 유료방송 시장 진출이 다소 늦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상황 속에서 박 사장이 오랜 숙원인 중간지주사 전환을 통해 유료가입자 1000만의 종합 미디어 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구현모 KT 사장 '조직 재정비' 첫 단추...'변화와 혁신'에 방점

    오는 3월 KT 회장에 공식 취임하는 구현모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차기 회장 인사 시즌으로 올스톱됐던 케이블TV 인수는 물론,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새판을 짜야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K-뱅크의 대주주 전환과 끊이지 않는 통신 요금인하 요구 등에도 해법을 내놔야 한다.

    여기에 전·현직 회장의 각종 비위 혐의와 정치권에 휘둘리는 낙하산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구 사장의 숙제로 남아 있다. 2년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에 따른 실추된 기업 신뢰도 역시 회복해야 한다. 

    시험대에 직면한 구 사장은 조직 재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찍고 주요 핵심 사업부서를 통합하면서 젊고 민첩한 조직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특히 박윤영 기업부문장과 '투톱 사장' 진용을 구축하면서 급변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드도 마련했다.

    또한 조직 슬림화를 위해 임원 숫자를 100명 밑으로 줄였으며 젊은 인력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인공지능과 5G 등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융복합 서비스,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정통 'KT맨'으로 불리는 구 사장이 거센 빗줄기로 잔뜩 움츠러든 KT의 구원투수가 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