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비율 낮은 국토·해수부 등 실적 달성 '골치'… 목표치 달랑 1명내부 승진대상자 없자 외부서 모셔오기 전략… 사실상 여성에 특혜 줘인사혁신처 "정책목표 명확, 부처 독려"… 2022년 10%까지 올릴 계획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세종관가에 인사 바람이 부는 가운데 각 부처에서 여성 고위공무원 임용 실적을 달성하려고 별정직이나 개방형직위를 활용하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일부 부처는 업무 특성상 아직 여성 공무원 비율이 낮아 여성관리자 임용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연도별 목표치를 제시하고 임용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보니 편법을 써서라도 목표 달성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5일 인사혁신처의 '2019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을 8.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말인 오는 2022년까지 10.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인사혁신처 설명으로는 정부내 여성관리자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수는 꾸준히 늘어 2018년 최초로 세 자릿수(102명)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6.7%로 임용목표였던 6.8%에 못 미쳤다. 조기 목표 달성이 예상됨에 따라 애초 목표였던 6.5%를 적극적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이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인사혁신처 설명이다. 

    세종관가의 한 인사담당 공무원은 "(부처별로) 최소 1명은 여성 고위관리자를 두라는 게 (인사혁신처의) 운영지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체 중앙부처 49곳중 여성 고위공무원 목표를 지키지 못한 곳은 22곳으로 44.9%에 달했다. 10곳중 4곳이 목표를 채우지 못한 셈이다. 

    여성관리자가 많은 부처는 외교부(11명), 보건복지부·교육부(이상 7명), 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행정안전부( 이상 6명), 고용노동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이상 4명) 등의 순이었다. 여성 고위공무원이 1명도 없는 기관은 관세청·국세청·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방위사업청·법제처·새만금개발청·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해양경찰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11곳이나 됐다.

  • ▲ 여성 고위공무원 현황(2016~2018).ⓒ인사혁신처
    ▲ 여성 고위공무원 현황(2016~2018).ⓒ인사혁신처

    문제는 여성공무원 임용이 늘어나는 추세이나 일부 부처에선 유리천장을 깨고 고위관리자로 올라갈 수 있는 대상자가 없거나 매우 적다는데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성공무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15년전만 해도 거의 없었다"면서 "과장급의 경우 (여성인 김현미) 장관이 오면서 인사방향을 전략적으로 운용해 여성관리자가 늘었는데 3~4년전만 해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8년말 기준으로 중앙부처 본부과장급(4급 이상) 여성비율은 17.5%로, 전년 대비 2.7%포인트(P) 증가했다. 2018년 임용목표인 15.7%를 1.8%P 초과 달성했다. 국토부의 경우 본부과장급 자리 85개 중 여성공무원은 9명으로 10.6% 수준이다. 이는 과장급 임용목표 8.0%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국장급 고위관리자는 전체 49개 자리 중 여성은 단 1명(2.0%)에 불과하다. 그래도 목표는 100% 달성했다. 애초 임용목표를 1명으로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임용목표는 부처별로 여건을 고려해 임의로 설정하게 하고 있다"면서 "다만 여성관리자를 늘린다는 정부의 정책목표는 명확한 만큼 매년 간담회를 열어 임용을 독려한다"고 했다. 

    모 부처 인사담당자는 "대부분 부처에서 제시하는 임용목표치와 인사혁신처의 설정치가 비슷하지만 부처 제안이 낮다고 판단하면 인사혁신처에서 이를 수정한다"고 부연했다.

  • ▲ 인사혁신처가 2018년 개최한 '균형인사정책 발전 포럼'.ⓒ연합뉴스
    ▲ 인사혁신처가 2018년 개최한 '균형인사정책 발전 포럼'.ⓒ연합뉴스

    정부가 여성 고위관리자 임용을 독려하다 보니 일부 부처에선 아예 외부에서 여성관리자를 모셔오는 꼼수를 부리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1명의 여성 고위공무원 자리를 별정직인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채웠다. 국토부는 이 방법으로 2016~2018년 임용실적을 목표치(2.0~2.3%)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었다.

    바다 관련 업무 특성상 거친 이미지가 강한 해양수산부도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해수부는 지난해 여성 고위공무원 임용목표가 전체 40자리 중 1자리로 2.4%였다. 실적은 2명(5%)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말 산하기관 국립수산과학원의 모 연구관이 정년퇴직하면서 올해 1월1일부로 실적이 반 토막(2.5%) 났지만, 애초 임용목표를 1명으로 최소화한 탓에 목표달성은 유지한 상태다.

    현재 해수부의 유일한 여성 고위공무원은 개방형직위다. 이는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개모집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인재를 충원하게 지정한 자리를 말한다. 문제는 공모로 개방형직위를 채울 경우 여성이 뽑힌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해수부는 개방형직위를 민간전문가 스카우트제도를 통해 우회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여성에게 할당했다. 전공분야 등을 따져 민간전문가를 직접 영입할 수 있게 허용된 만큼 위법은 아니라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다만 여성 고위공무원 실적을 채우기 위해 민간전문가 성별을 여성으로 특정한 만큼 편법이라는 시각도 없잖다. 해수부 관계자는 "(다행히) 현재 10명인 본부과장급 여성공무원이 이달에 인사발령이 나면 12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내부 승진으로 국장급 자리에 오르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재의 여성관리자 임용제도와 관련해 "일각에선 여성공무원 비율이 증가하는 만큼 앞으로는 내버려 둬도 여성 고위관리자가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개방형직위를 이용하기보다 내부 승진자가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부처 내)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2018년 말 현재 여성 공무원 수는 50만7027명으로, 전체의 46.7%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