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체결시한 만료업계 "보증금 포기하고 인수 안하는게 이익"제주항공 "인수 의지 변함 없다"
  • ▲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주식매매 체결 시한이 28일 마무리된다. ⓒ 제주항공
    ▲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주식매매 체결 시한이 28일 마무리된다. ⓒ 제주항공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본계약(SPA) 체결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항공은 여전히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딜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양 측의 주식매매계약 양해각서(MOU)는 오는 28일 만료된다. 양 사 합의로 협상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없을 경우 이번 딜은 무산된다. 제주항공이 우선협상 자격을 잃게될 경우 이스타는 새 주인을 찾아 또다시 표류하게 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는 본계약 체결을 두 번이나 미뤘다. 양 측은 지난해 12월 MOU 체결 후 같은 달 거래를 매듭짓기로 했지만, 추가 실사를 위해 1월로 한 차례 미뤘다. 지난달에는 2월 중 본계약을 체결하겠다며 재차 일정을 연기했다.

    업계는 이번 딜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판단한다. 제주항공이 MOU를 체결한 지난해와 올해 초 시장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조차 현 상황에 맥을 못 추고 있어 인수가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반기 중 본격화된 ‘노(No)제팬’ 운동으로 일본행 여객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임원 급여반납, 직원 무급휴직 등을 담은 ‘위기경영체제’까지 가동 중이다.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스타는 지난 2018년 말에도 부채비율 484%, 자본잠식률이 47%에 달해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회사였다. 올해는 재무상황이 더 악화돼 정유사로부터 급유 중단 통보를 받고, 전체 직원 임금 60%를 삭감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 안팎에서는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딜을 내려놓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제주 측은 MOU 체결과 동시에 거래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이스타에 지급했다.

    당초 제주항공 측이 제시한 인수가 695억원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현재 상황 반영 시 이스타 기업 가치가 당시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 한 눈에보는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 ⓒ 김수정 그래픽기자
    ▲ 한 눈에보는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 ⓒ 김수정 그래픽기자

    이스타는 중국·일본 노선이 대다수로, 당장 사들이더라도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후 지불해야하는 고가의 항공기 리스료, 미지급 임금 등 시간이 지날수록 발견되는 비용 발생 요인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제주항공도 20여 대의 항공기를 세워 두는 등 영업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스타 자체도 자산,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회사로 인수 시 제주항공까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스타 인수 후 들어갈 비용, 코로나 종식까지 제주항공에 끌어써야 할 현금을 따져보면 보증금 115억원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것이 업계 중평”이라며 “당분간 항공업계 M&A는 같은 업종에서 이뤄지기보다는 사모펀드 등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딜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는 알고 있지만, 인수 의지를 가지고 매각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2월 말 본계약 체결 시한은 규정상 양측 동의가 있으면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이스타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지난해 12월 주식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다.

    인수 성사 시 제주항공의 시장점유율(19년 국제선 기준)은 12.5%(제주 9.2%, 이스타 3.3%)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LCC 업계 2위권 진에어(5.6%)와 티웨이항공(5.4%)을 크게 앞서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