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0억 적자에 '위기경영체제' 가동보유 현금 2200억→562억… 인수 회의론 대두이스타 우발채무·면허취소 가능성도 딜 걸림돌
  • ▲ 제주항공 항공기 ⓒ 제주항공
    ▲ 제주항공 항공기 ⓒ 제주항공

    ‘독보적 1위 LCC(저비용항공사) 도약.’ 제주항공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예기치 못한 악재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전망 마저 흐릿해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13일 현재 위기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현 상황에선 기존 비상경영체제보다 더욱 강도 높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원진 임금 30% 반납, 승무원 대상 무급휴직제 사무직 확대 등의 대책을 알렸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최악의 실적을 냈다. 업계 1위이자 LCC 맏형으로 연평균 30%대 성장률을 보이던 예년과는 달랐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329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체 간 출혈경쟁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를 피하지 못해서다.

    악화된 실적은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줬다. 최근 기준(19년 3분기 말) 제주항공의 현금성자산은 56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말 보유분 2227억원의 4분의 1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화된 적자 영향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제주항공이 올 상반기까지 비축 자산을 사용하는 ‘현금 고갈’ 구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여객감소에 더해 신종 코로나 여파로 당분간 시장이 풀리기 어렵다는 전망에서다. 이에 제주항공이 이스타를 인수할 경우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 ▲ 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추진 현황 ⓒ 김수정 그래픽기자
    ▲ 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추진 현황 ⓒ 김수정 그래픽기자

    이스타 매력도가 떨어져 딜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사 초기와 항공업 상황이 달라 이스타 기업가치가 하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스타는 노선 대부분이 일본·중국에 몰려있어 현시점에선 타격이 가장 크다. 양 측의 협상이 계속해 미뤄지자 실사 중 우발채무가 발견됐다는 설도 분분하다.

    이스타의 항공 면허취소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개정된 항공사업법에 따라 장기간 자본잠식을 해결하지 못하는 항공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1차 개선명령 후에도 50% 이상 자본잠식이 2년간 지속되면 항공 면허를 취소한다.

    이스타는 지난 2018년 3월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잠식에 빠진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 자본잠식률은 67%로 큰 위기는 넘겼지만, 국토부 기준을 충족하기엔 아직 모자라다. 업계는 지난해 불황으로 이스타가 다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익명의 항공 전문가는 “제주항공이 실사를 시작할 때와 현재는 시장 상황이 달라, 이스타가 보유한 노선과 운수권에 대한 가치평가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대규모 적자를 낸 데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제주에게는 내부 살림도 버거운 시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이스타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자본 없는 껍데기 회사로 취급된다. 제주 측에선 당초 제시한 695억원이 비싸다고 느낄 것”이라며 “불황이 계속되면 타 LCC가 추가 매물로 나올 수도 있어 제주에선 딜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 관련 시장의 우려는 알고 있지만, 현재 의지를 가지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2월 중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매각 측과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지난해 12월 주식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다. 당시 제주항공이 제시한 인수 희망액은 695억원이다.

    양 측은 지난해 12월 본계약 체결을 예정했으나, 올해 1월과 2월로 두 차례 미뤘다. 인수 성사 시 제주항공이 갖는 시장점유율(19년 국제선 기준)은 12.5%(제주 9.2%, 이스타 3.3%)다. 이는 LCC 업계 2위권 진에어(5.6%)와 티웨이항공(5.4%)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