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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한국과 미국·유럽을 오가는 하늘길도 줄줄이 막히고 있다. 확산 초기 동북아·동남아 노선에 그쳤던 감편·운항 중단이 전 노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4일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대양주 노선 46개 중 40개는 운항을 멈췄거나 편수를 줄였다. 전체 노선의 86%로, 해당 노선들은 다음 달 말까지 운휴를 이어간다. 두 회사는 추후 상황에 따라 추가 감편과 중단을 결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초기 저비용항공사(LCC)에 집중됐던 피해가 대형항공사(FSC)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 특화된 LCC의 경우 사실상 전 노선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업계는 여객 수요 회복과 노선 정상화 시기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 종식은 후순위로 두더라도, 현 상황이 얼마나 더 커질지 몰라 당장이 걱정이라고 토로한다.
이번 코로나19가 앞선 전염병 사례보다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발병한 메르스의 경우 5월 초 첫 확진자 발생 후 4~5개월 뒤인 8~9월부터 전 노선이 운항을 재개했다.
지난달 부터는 항공 여객 수도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제선을 이용한 국내 여객 수는 376만2125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42만7375명)과 비교해 약 47% 감소한 규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급휴직, 임금삭감, 희망퇴직 등 막대한 피해가 업계 전반을 덮치고 있다”면서 “사태 장기화로 LCC, FSC 너나 할 것 없이 큰 타격을 받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항공업계 CEO와의 간담회를 갖고 긴급 지원책을 내놨지만 업계의 원성을 샀다. 국토부가 내놓은 긴급 융자 등의 조건이 까다로워 일부 업체의 경우 실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각 사는 정부에 △항공기 지방세(취득세, 재산세) 감면 △항공기 부품 무관세화 △항공기부품 세금 감면 △국내선 항공유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한시적 면제 △착륙료·공항시설 임대료 한시적 감면 등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지난 3일 지원책 보완을 위해 9개 업체가 참여하는 항공사 CEO 간담회를 다시 개최했다. 국토부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추가 지원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항공업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기”라며 “정부 지원 발표 후 약 3주가 흘렀지만 체감할만한 지원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서 정부가 제시한 융자지원, 공항 시설료 감면 등은 조건이 까다롭거나 납부 유예를 뜻해 실질적 지원이 못 된다”면서 “업계 의견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