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월 복귀 전제' 의대 증원 원점 수용복귀 여부는 불투명 … 수험생 혼란도 불가피일부선 정부 의료개혁 후퇴했다는 비판 목소리
  •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생 복귀 및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생 복귀 및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의대생들이 3월 내에 전원 복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브리핑에는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단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 이종태 이사장도 함께했다.

    앞서 40개 의대 학장 협의체인 의대협회는 지난달 17일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할 경우 의대생 복귀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이후 의총협도 같은 입장을 밝히며 대학 총장들이 모집인원 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이 3월 말까지 전원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대학 총장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대생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전원'이라는 표현은 의대 교육 대상 전체를 의미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이 이달 내로 복귀할 경우 각 대학은 2026학년도 모집인원 변경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 입시요강은 사전예고제에 따라 2년 전에 발표되지만, 변경 사항이 있으면 전년도 4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수정 신청할 수 있다.

    ◇ 24·25학번 투트랙 교육 … 의대협회, 네 가지 모델 제시

    교육부는 대학별 증원 여부와 규모, 기존 정원 규모와 교육여건에 따라 24·25학번을 나눠 교육할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7500명을 동시에 수업할 경우 6년간 이뤄지는 의대교육 이후에도 수련·전공의 모집까지 '더블링'이 이어져서다.

    의대협회는 각 대학의 재학생과 증원 규모에 따라 네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첫 번째 모델은 2024·2025학번을 동시에 교육하고 동시에 졸업시키는 방안이다. 2개 학번을 동시에 수용가능한 강의실 및 실습실, 실습병원 등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며 향후 졸업생이 동시에 배출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모델은 2024학번 1~2학년 과정을 재설계해 2025학번 보다 1학기 빨리 졸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2024학번의 1~2학년 과정을 다학기제, 계절학기 활용 등을 통해 이수 후, 2026년 9월 가을학기에 3학년에 진급하도록 한다. 2개 학번 분리에 따른 교육시설 내 밀집도 완화 및 의료인력 배출 시기 조정이 가능하나, 동시에 상이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 모델은 1학년 1학기만 이수한 2024학번을 대상으로 2025년 1학기로 바로 복학하게 하는 방안이다. 2025년 1학기에 바로 복학해 잔여 3개 학기 이수 후 2026년 9월에 3학년에 진급하면, 2025학번 대비 빠른 졸업이 가능하다. 2개 학번 분리에 따른 교육시설 내 밀집도 완화 및 의료인력 배출 시기 조정이 가능하나, 동시에 상이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네 번째 모델은 2024학번 4~6학년 과정을 재설계해 2024·2025학번을 순차 졸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6학년 2학기의 경우 학생 자율학습 중심으로 운영해 2024학번 대상 4~6학년 과정 재설계를 통한 2030년 8월 하계 졸업이 가능하도록 한다. 학생 자율학습 중심의 학기가 포함돼 있어 교육과정 재설계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의료인력 배출 시기 또한 조정이 가능하다.

    각 대학은 교육부와 의대협회가 제안한 모델을 참고해 학생, 교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학별 여건을 고려해 6개년 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학별 교육운영 계획 실행에 필요한 행·재정 지원 및 규제 완화를 지원한다.

    ◇ 정부, 의료교육 및 병원 환경 개선 위해 6062억원 투입

    정부는 올해 의학교육 및 병원 환경 개선을 위해 총 606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연계해 의과대학의 교육 혁신을 추진하고, 대학병원의 임상실습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특히, 증원된 학생들이 실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 2029학년도에 맞춰 대학병원의 공간을 확충한다. 모든 국립대병원에는 2028년까지 모의수술이 가능한 임상교육훈련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사립의대 부속병원도 교육여건 개선 및 필수 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2학기 동안 배울 교육과정 충실히 이수하는 방안"이라며 "압축적으로 진행되지만 절대 배워야 할 걸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돌아오면 대학이 여건 맞춰 졸업할 때까지 교육과정을 짜고 정부는 그 교육여건을 맞추기 위해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가 끌려다니는 악순환 반복" … 2026학년도 수험생 혼란 '불가피'

    시민단체 등에서는 향후 정원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끌려다니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불법이나 집단 행동을 선처해 주고 용인해줘서 버티면 된다는 신념이 생긴 것"이라며 "이번에는 그 고리를 끊겠다고 한 건데 증원을 되돌리면 결국 끊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되돌린다고 해도 당장 의대생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는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수의 의대생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가운데 의대 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더라도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내년 의대 정원이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이 된다면 고교 3학년과 N수생 등 수험생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의대 증원 소식에 '지방권 지역인재 전형'을 겨냥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한 학생들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비수도권 의대에 적용되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서울에서 지방 중학교로 전학하는 이른바 '지방 유학' 문의가 빗발쳤다.

    또한 의대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를 준비 중인 고2, 고3 학생 등 다른 학생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5학년도 입시 결과가 공개되더라도 2026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달라져 입시 예측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고3 학생은 수험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통합 수능 마지막 학년인 고2도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