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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 배차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SK텔레콤과 우버간 모빌리티 합작법인이 설립되며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차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과징금을 카카오에 부과할 경우,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SK텔레콤-우버' 를 중심으로한 시장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택시업계는 공정위의 카카오T블루 '배차몰아주기 의혹'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카카오T 블루택시' 운행 이후 개인택시의 배차 콜 건수가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공정위에 관련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카카오T 블루'는 택시 호출 시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는 자동배차 택시 서비스다. 이에 기사들의 승차거부가 없고 서비스질이 높아 일반택시 보다 최대 3000원 가량 호출비를 더 받는다. 잡음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승객-기사'간 단순 중개 서비스인 '카카오T'와 직영·가맹택시 운영 서비스인 '카카오T 블루'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흘러나왔다.
'카카오T 블루' 소속 기사들과 비교해 '카카오T'를 단순 이용하는 일반택시 기사들의 콜이 불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장거리 호출의 경우 카카오 직영·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 기사들에게 먼저 배정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10일부터 20일까지 카카오T 블루택시가 운행되는 7개시 지역 개인택시 사업자 115명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카카오T 배차콜 건수가 블루택시 운행 전후와 비교해 29.9%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역별 감소율은 구리 48.7%, 성남 35.0%, 양주 29.8%, 남양주 28.0%, 의정부 24.4%, 하남 24.0%, 용인 19.4% 등이다. 반면, 카카오T 블루택시가 운행하지 않는 지역의 개인택시 경우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지역별 평균 카카오T 배차콜 건수가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역시 해당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공정위에 카카오T 블루택시에 대한 독과점·불공정 행위에 대한 검토 요청 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업계는 카카오가 해당 의혹에 대해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을 경우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징금 부과는 사실상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다름없는 만큼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최근 공정위가 네이버에 쇼핑·동영상 검색 조작 행위로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네이버 AI 알고리즘 중립성 논란이 세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이슈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카카오도 과장금이 부과되면 AI 알고리즘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카오T는 AI 기반의 배차 시스템에 의해 콜이 배정되기에, 특정 서비스나 차량에 콜 배정 우선 순위를 두거나 인위적으로 콜을 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거짓말 논란으로 까지 번질 수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사업부 분사를 통한 우버와의 합작법인 'T맵모빌리티' 설립은 카카오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을 필두로 택시호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여서 후발주자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카카오 택시의 점유율이 70%대에 이르지만, T맵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이 약 60%인 것을 감안하면 관련 사업의 통합 시너지가 기대된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사업부 분사를 선언하며, 택시 호출 넘어 '대중교통-렌터카-차량공유-택시'를 아우르는 '올인원 MaaS(Mobility as a service)' 사업 출사표 던졌다.
SK텔레콤은 4대 핵심 모빌리티 사업으로 ▲T맵 기반 주차, 광고, UBI(보험 연계 상품) 등 플랫폼 사업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 내 결제 등 완성차용 'T맵 오토' ▲택시호출,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On-Demand' ▲다양한 운송 수단의 구독형 할인 제공을 꼽았다.
게다가 우버가 합작법인에 약 1억 달러(약 115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한국 시장 진출에 칼을 갈고 있어, 이점 역시 'T맵모빌리티'의 성장 요소로 꼽힌다.
우버는 지난 2013년 자가용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엑스'를 한국에 선보였으나,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혀 2년 만에 철수했다. 일반택시 호출 서비스 '우버택시'와 고급택시 서비스 '우버블랙'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미미하다. 시장 선점을 위해 상황 변동 추이를 지켜본 뒤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공정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우버' 라는 대항마가 나타나며 여러모로 시장 확장에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며 "최근 GPS 기반 앱미터기 도입에 이어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서며 상장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상황별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관련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