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일부 매각경영권 분쟁 부담...중립 기조 노선 변경 카카오-대한항공, 전방위 협력... 주총 이후 행보 관심집중
  •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립적인 노선으로 방향을 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1% 이하로 낮췄다. 공식적인 입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고객가치 혁신과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같은 달 한진칼의 지분 1% 가량을 매입했다. 올해 들어서도 한진칼 지분을 1%가량 추가 매집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카카오는 한진칼의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 경영권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점쳤다. 카카오가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나 백기사 등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과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이전 기준으로 조 회장측 지분은 37.5%에 달한다. 조 회장(6.52%), 특수관계인(4.15%),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에 델타항공(10%), 카카오(1%), 대한항공사우회(3.8%), GS칼텍스(0.25%) 등 조 회장을 지지하는 우군을 모두 포함했을 경우다. 

    이에 맞서는 주주연합은 34.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6.49%)과 KCGI(17.29%), 반도건설(8.2%), 타임폴리오자산운용(2.2%)을 합한 수치다.  

    조 회장측이 조 전 부사장측에 비해 3.32% 포인트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호 지분을 제외하고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조 회장측은 32.45%, 조 전 부사장은 32.06%로 차이가 1%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의 1% 이상의 지분은 주총에서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업계의 관측이 높았다. 카카오가 사업 협력 차원에서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도 우호 지분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지분 매도가 향후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의 승패를 결정짓는 카드로 쓰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을 1%대 이하로 낮추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든든한 우군으로 조 회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립' 기조를 택했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최근 KCGI 측의 3자 연합 지지 요구 등에 부담을 느껴 중립을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한진그룹 주총에서도 경영권 방어나 백기사 등 역할을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을 전량 매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한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대한항공과 플랫폼, 멤버십, 핀테크(기술+금융), 콘텐츠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조 회장 혹은 조 전 부사장 중 어느 한 쪽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주총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카카오의 지분이 있는 한 노선을 정하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