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4월 1일부터 입국자 시설 격리 의무화 발동… 실효성 의문 최대집 회장 “수도권 더 뚫리면 이탈리아 꼴, 입국 금지할 시기” 2달여 지속된 피로감으로 국내 의료진들은 번아웃, 내국인부터 치료
  • ▲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유럽발 항공편 입국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유럽발 항공편 입국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4월 1일부터 코로나19 유입 방지 차원에서 국내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를 선언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인 ‘한시적 입국 금지’가 적용돼야 효과적인 방역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국내 입국자 대상 2주 자가격리 의무화 관련 브리핑을 29일과 30일 연이어 진행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모든 국가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 중 거주지 없이 시설에 격리될 경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10만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제규약에 따라 검사비와 치료비는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관광목적 입국 제한에 가까운 조치다. 굳이 아주 강도 높은 입국제한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자 유형이 A1(외교) A2(공무) A3(협정)인 경우는 국익과 공익을 위한 방문으로 감안해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하루 100명이 안 되는 숫자가 시설에 단기 체류로서 입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14일간 격리해야 하므로 150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체류자나 자가격리 면제인 경우에도 공항 내에서 검사를 받고 임시 대기해야 하는 시설이 필요하다. 이 경우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계해보면 50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즉, 국내에 거주지가 없어서 격리시설에 머무르는 단기 체류 외국인, 공항에서 검사 후 임시대기 하는 사람을 모두 합하면 약 2000명을 수용해야 한다.

    ◆ 엄격한 국내 입국 제한만이 방역 성공의 열쇠 

    30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78명 중 해외 유입 사례는 29명(37.2%)으로 파악됐다. 공항 검역 단계에서 13명, 이후 지역사회에서 16명이 확진 받았다. 현재까지 해외 유입 사례는 총 476건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 속 의료계는 2주 격리가 아닌 ‘한시적 입국 금지’가 필요한 시기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최대집 의협회장은 본지를 통해 “방역당국은 여전히 해외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입국에 대해 검역 강화가 우선이며 입국 금지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모든 위험요인이 겹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너무나 안이한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원 27번 확진자 영국인 A씨처럼 자가격리를 위반하는 사례가 벌써 나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개학을 준비하는 단기간만이라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내국인의 경우도 엄격하게 검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협이 1월 말부터 주장했던 중국발 입금 금지를 시행하지 못해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정부는 낙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 수도권을 막지 못하면 우리도 이탈리아처럼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자화자찬을 멈추고 방역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시적인 입국제한은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검역과 방역, 진단과 치료에 투입되고 있는 의료진을 포함한 많은 인력들의 번아웃(Burn-out)을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 측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최근 본인의 SNS를 통해 “(외국인들이) 일부러 치료받으러 국내에 들어온다고도 한다.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 지쳤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다른 나라는 이미 한국을 다 막았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입국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외국인이 입원해 간호사들이 통역기를 요구해서 통역기도 샀다. 혹시라도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연결되는 분이 있다면 외국인을 막아달라. 이제 지친다”고 호소했다. 

    이는 현재 국내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국 의사들의 과도한 노동과 높은 역치가 오히려 위기에서 힘을 발휘하는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2달 이 넘는 시간동안 달려온 의료진들도 버틸 힘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 국내 의사들, “초기 중국발 입국 제한해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번아웃에 직면한 국내 의사 10명 가운데 7명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의협이 20일부터 24일까지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를 통해 전국 의사회원 15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대회원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관련 정부의 대응 전반’에 대해 응답자의 39.1%(621명)는 ‘올바른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대응이 다소 부족했다’고 답한 비율도 29.8%(473명)에 달해 전체 응답자의 68.9%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경유자 입국 전면 제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1%(1337명)가 ‘사태 초기에 중국 경유자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중국 전역으로 경유 입국자 제한을 확대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견은 12.6%(200명),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3.3%(52명) 순으로 사태 초기 정부 대응에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대응에 있어 회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