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개설 사무장병원 원인으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 ‘3조’ 넘어 건보공단, ‘특사경법’ 국회 통과에 집중… “수사권 오남용 없다” 의협, “차라리 지역의사회가 사무장병원 잡는 것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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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 확보를 위해 수년째 사활을 걸고 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누수 금액이 약 3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용익 이사장을 필두로 특사경 확보에 대한 의지가 컸지만, 특사경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안 될 경우, 관련법은 폐기될 상황으로 건보공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사경법은 사무장병원 단속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해 신속하게 수사하기 위한 법안으로 지난 2018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발의했다. 

    ◆ 3조 넘는 재정 누수, 특사경 확보 시 연 2000억 재정 절감 

    사무장병원과 관련한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건보재정 누수가 계속됐고 그 기간에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영리추구만을 위해 운영되면서 의료시장을 교란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무장병원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누적규모는 총 3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돼 환수결정된 금액은 사상 최대인 9936억원으로 조사되는 등 상황은 심각한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환수율은 5.54% 수준인 1788억원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관계자는 “특사경법이 도입되면, 평균 11개월 소요되던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수사기간을 행정조사와 연동해 3개월 이내로 단축시켜 수사 장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무장병원 관련 3개월 이내 수사종결 비율은 5.37%에 불과하다. 수사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로 8개월을 단축하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비용을 합해 연간 약 2000억원의 재정누수 차단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 의협 “과도한 권한확보 문제, 지역의사회에 힘 달라”

    건보공단은 특사경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카운터파트너인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과도한 권한 확보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다.

    의협은 건보공단이 특사경을 확보하면, 대등해야 할 보험자(건보공단)와 공급자(의료계)의 관계를 왜곡할 수 있어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건보공단 방문확인 등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건보공단 직원에게 갑질을 당하거나 강압적인 조사로 목숨을 끊는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 경찰권까지 부여하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어 “특사경 도입보다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와 의사단체의 조사 권한, 의료기관 개설 때 지역 의사회에 개설 신고를 하도록 하는 조치가 더 효과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선의의 피해자 발생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미진한 보상책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협이 제시한 국회 자료에 따르면, 건보 공단이 2011∼2018년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으로 의심돼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한 요양기관 751곳 중 9.2%인 69곳이 재판에서 무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관이 문을 닫아야 했다. 이에 대한 보상은 청구비용의 연 2.1% 이자를 더 주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의협은 “지역 의료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의료계가 스스로 사무장병원 의심 의료기관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의료기관 개설 때 의사단체 개설 신고를 의무화하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건보공단, “절감된 재정으로 오히려 의약계 도움” 

    건보공단도 의협 등 단체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수사권 오남용’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이를 두고 건보공단 관계자는 “특사경 수사권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한정하도록 법제화됐다. 또 특사경 추천권을 지난해 5월 건보공단 이사장에서 복지부장관으로 조정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 진행 전 복지부, 공급자단체, 공단이 함께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 진행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의료계가 우려하는 단순 의심 건이나 착오·거짓청구에 따른 수사는 원천 차단된다는 설명이다. 

    또 특사경제도 도입을 통해 절감되는 재정으로 정상적 진료비와 안정적 보장성 확대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약계와 국민 모두에 도움이 되고 불법개설기관이 자진 퇴출하는 경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보공단 측은 “2018년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159명 사상)은 대표적인 사무장병원의 사례다. 다양한 행정조사 경험과 전문 인력을 보유한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부담을 해소하고 건강보험 재정누수 요인을 하루빨리 차단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