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2차 무역전쟁 현실화화웨이 '반도체 공급'에 초점 맞춘 美대만 TSMC 연결고리 1차 타깃... 뒤이은 '메모리' 공급망 차질 가능성'코로나19' 이은 대규모 불확실성에 전략 수정 불가피
  • 지난해 반도체 보릿고개를 넘는 가운데 점화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또 다시 G2발(發) 경제전쟁에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이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조달 길을 막아서며 지난해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19'에도 반등 기미를 나타냈던 국내 반도체업계가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될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18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사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조달을 막는 새로운 제재안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 이어 '제2의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15일 미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제3국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치를 내놨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화웨이의 통신 장비로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며 화웨이를 비롯한 114개 계열사에 대한 거래 제한을 시행한지 1년 만에 또 다시 강력한 제재 카드를 꺼냈다.

    미국의 이 같은 제재에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제조에 필요한 미국 부품 공급 길이 사실상 끊겼다. 퀄컴 등으로부터 공급받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물론이고 구글의 운영체제(OS) 사용에도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발빠르게 자체 개발 칩과 OS를 활용하며 화웨이 체제가 굳건함을 과시했다. 미국 기술 기반의 반도체는 대만의 파운드리업체인 'TSMC'를 통해 위탁생산해 공급받아 고비를 넘겼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화웨이가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유지하고 오히려 안방인 중국에서 세를 더 키우면서 승기는 화웨이로 기우는 듯 했다.

    미국의 이번 2차 제재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도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TSMC에 1차적으로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석하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앞서 미국이 했던 것처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만들 것이라면서 여기에 애플이나 퀄컴, 시스코, 보잉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중 간 1차 무역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줄만 알았던 국내 기업들은 또 다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전보다 더 격한 양상으로 치닫는 양국의 경제 제재에 불확실성은 배가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양국의 경제 제재가 어떤 방향으로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칠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상황이 혼란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큰 변수가 추가됐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며 "기업활동의 최대 적이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요 회복기를 맞아 분주한 국내 메모리 반도체업계에도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우선은 TSMC가 타깃이 됐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화웨이에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는 사정이라 향후 반도체 공급망의 폐쇄 범위에 따라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바는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공급망 전반을 막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앞선 1차 제재에서 화웨이가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제재가 화웨이의 미국산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공급 뿐만 아니라 화웨이로 통하는 전 세계 부품망 전체를 막겠다는 시도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TSMC가 제공하는 반도체 위탁생산을 우선적으로 방해하고 이후 메모리 반도체와 5G칩 공급에도 차질을 준다면 삼성과 SK도 화살을 피하기는 어렵다.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상위 5개 주요 거래처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삼성전자는 기존에 30%를 넘었던 중국발 매출 비중이 20% 중반대로 떨어지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번에는 '반도체'로 제재 범위가 좁혀지면서 조만간 화웨이향(向)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업체들에 메모리 공급 비중이 높았던 SK하이닉스도 이번 미중 간 2차 무역전쟁에 누구보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최근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IT 투자에 힘입어 중국 서버업체들의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며 중국은 SK하이닉스의 매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화웨이는 단연 손에 꼽는 주요 고객사로 5G 도입 등으로 앞으로의 거래 전망도 밝았던 것이 현실이다.

    당장은 양사 모두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에도 점진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던 국내 반도체업계에 새로운 변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기존의 전략 방향에 수정이 가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